상실의 시대 1
과학 기술의 발전과 생산 기술의 발달은 ....
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아마 수십 년 전부터 계속 사용되어 왔을 것이다.
(필자가 가장 최근 제출한 공모전의 첫 문장도 저 문장이었으니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간은 이제 수십 년간의 과학 기술 발전과 수백 년간의 생산 기술의 발달을 향유하고 있다.
산업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생겨났다.
18세기 중반 도래한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1차,2차 같은 이름이 붙더니 21세기인 지금은 4번째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은 발전해왔다.
단순히 산업혁명만을 그 출발로 삼아도 대략 300년을 말이다.
그럼 우리 인간은 함께 발전해 왔는가?
기술의 발전 속도 만큼은 아니더라도,
선대의 인류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발전했는가?
이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만 한다.
미디어의 발달을 생각해보자.
과거 종이에 적힌 텍스트로 정보를 습득했던 인간은
이제 영상과 음성으로, 타인이 잘 정리한 요약본의 형태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됐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완독해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10분이 안되는 영상을 통해 얻게 되었으니
현대의 인간은 과거보다 발전된 형태의 인간인가?
SNS의 도래를 생각해보자.
과거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집집마다 놓고 한참을 찾아 전화를 해야 했던 인간은
(이마저도 20년이 안된 최근의 일이다)
이제 단 1초도 안되는 시간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얼굴을 보고 소식을 전할 수 있다.
소식을 전하는 거리와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멀어지고 짧아졌으니
현대의 인간은 과거보다 발전된 형태의 인간인가?
콘텐츠의 진화를 생각해보자.
구석기를 살던 사람은 동굴 벽화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고
중세를 살던 사람은 종이에 글로써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현대를 사는 사람은 영상으로, 음성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는 시대의 속도에 맞추어 점점 빨라지고, 그 양이 방대해지고 있다.
텍스트는 기피되고, 영상은 짧아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대의 인간은 과거보다 발전된 형태의 인간인가?
고등학교 영어 모의고사를 좀 풀어본 사람이라면,
Confirmation Bias,즉 확증 편향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집중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신의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살고 있다.(유튜브 알고리즘을 떠올려 보자.)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방향이 기업에게도, 인간의 뇌에게도 유익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소셜 딜레마>가 이를 잘 설명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유머 코드, 성향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이용 시간 자체가 수입과 직결되는 대부분의 SNS, OTT, 영상매체 등은 알고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비슷한 성향을 가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잘 짜여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확증편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사색하지 않는 인간은 그렇게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세상 속에 살고
자신과 다른 가치관과 의견을 제시하는 인간은 '틀렸다'고 판단하고 비난하며 살아가게 된다.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chatgpt의 말마따나
인간은 논리적사고와 언어를 통해 사유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발전한 세상 속 확증편향만 키워가며 사는 인간은 아마 동물과 인간 사이의 무엇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건,
나의 질문에 대한 인공지능의 답변은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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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전과 생산기술의 발달은 ....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했다.
이 문장은 참일까 거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