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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있을없을무 Aug 02. 2023

7. 운동이 좋아지는 이유 : 나이 만은 아니야 (1)

오늘의 주파수는 23.523헤르츠, 보이는 라디오 <리디오 read-io>를 시작합니다.



            

운동 좋아하세요?





 음, 편하게 듣는 라디오 같은 에세이를 쓰려고 했는데, 요 몇 회 간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제가 들고 온 주제가 좀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정말 힘을 빼고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하하. 


여러분은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좋아하진 않더라도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나요? 저는 요즈음 위드 코로나부터 코로나의 종식까지 실외 활동의 제약이 풀리면서 생활 체육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10대 때의 저는 운동을 달갑지 않아 하는 편이었는데, 요즈음은 꽤 좋아해요. 아마도 아래의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1. 운동에는 "때"가 있다.

저는 좀 게으른 편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좋아하지만 자주 하진 않아요."라고 대답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움직이기보다는 누워있는 게 더 좋았거든요. '운동? 해야지. 해야 건강에 좋지. 그렇지만 지금은 좀 누워있자.' 이렇게 생각하곤 했죠. 공감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네요.

생각해 보면 20대 초반에는 공강이 생겨도 산책 한 번 없이 마냥 누워있기에 바빴어요. 20대 중반 즈음에도 '이제 예전만큼 몸이 팔팔하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자.'라는 다짐을 했지만 이 역시 다짐 정도로만 끝나게 됩니다.

20대 중후반 즈음, 연고지를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다른 지역에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 친구들을 쉽사리 만나기도 어려웠죠. 저는 바깥 활동이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강제적으로 바깥 활동을 제한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외로움이 깊어져 나중에는 사무칠 지경까지 가더군요. 

결국 위드 코로나로 전환될 시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무 종목을 잡아 팀 운동을 시작했어요. 이전의 경험들로 되짚어봤을 때, 저는 이번에도 운동을 즐겁게, 또 꾸준히 할 거라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어요.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사람과 어울려서 그랬을까요? 저는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웃으며 운동하는 시간에서 꽤나 큰 즐거움을 얻고, 또 이 운동에 재미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외로움 해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20대 초중반이었다면 지금처럼 운동에 큰 재미를 붙이지 못했을 지도 몰라요. 제가 필요로 했던 시점에서 만난 운동이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리 큰 재미를 붙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2. 운동에는 "취향"이 있다.

그래서 제가 재미를 붙인 운동이 뭐냐고요? 바로 '풋살'이에요. 

위에서 저렇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운동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고등학교 체육 과목 종목이었던 배드민턴, 20대 초에 한창 유행했던 요가, 워킹홀리데이에서 할 일이 없어 가성비로 시작했던 러닝, 인턴 시절 체력이 달려 배웠던 수영, 그리고 이대로 누워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깔짝인 홈트. 생각보다 많죠? 

그렇지만 저는 운동 유목민이었답니다. 일단 한 종목을 시작하면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돈을 냈으니 하고, 수업 시간도 어영부영 채우는 사람 정도였죠. 요가의 경우에는 등록했지만 한 자세로 오래 버티는 게 지루하고 버거워서 돈을 내고도 안 가는 아까운 사단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유목민 과정을 거치면서 저의 '운동 취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위에서는 아무 종목이나 잡아서 운동했다고 했지만 알고 보면 운동 유목민 과정에서 쌓인 경험 데이터가 저도 모르게 풋살을 선택하게 한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혼자 하는 운동보다는 다 같이 해야 꾸준히 할 의지를 내고, 또 정적인 운동보다는 뛰고 쏘다니는 운동이 더 잘 맞을 거란 짐작을 했으니까요. 

친구 A 역시 누워만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필라테스 회원권 3개월 치를 결제했지만 운동이 가기 싫어 잔뜩 미루더니 마지막 달엔 하루에 두 타임 씩 필라테스를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권을 소진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자전거를 한 번 타보더니 지금은 매일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러버가 다 되었답니다. 제가 사는 곳으로 놀러 오라고 하면 '자전거 탈 곳 있어?'라고 묻기도 해요. 너, 언제부터 이렇게 자전거에 미친 사람이었니? 하하.


저와 친구 A의 경우처럼 자기에게 맞는 운동이 꼭 하나는 있더라고요. 운동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정착하지 못한 분들! 유목민이라고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 가지 운동을 거치다 보면 그 데이터가 쌓여서 본인에게 맞는 운동이 딱 등장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사람은 계속 변하고 운동 취향도 계속 변하는 거 아시죠? 굳이 정착할 필요 없이 운동 자체를 꾸준히 하는 것도 정말 멋진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리디오가 길어지는군요. 여러분의 편안한 호흡을 위해 오늘은 여기서 잠시 쉬어갈게요. 그럼 조만간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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