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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있을없을무 Jul 31. 2023

5. 원점으로 : 진짜 하고 싶은 건?

오늘의 주파수는 23.505 헤르츠. 보이는 라디오 <리디오 read-io>를 시작합니다.




            

넌 꿈이 뭐니?




학교 다닐 때 꼭 들었던 질문을 하나 생각해 볼까요? '넌 꿈이 뭐니'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질문을 들으며 자랍니다. 

어디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유독 명사형(직업명)으로 답하는 비율이 높다고 들었어요. “단독주택에 살며 쉬는 날에는 우리 집 앞마당 잔디를 깎기도 하고 강아지랑 뛰어도 놀며 살고 싶어요.”보다는 “정년퇴직하는 은행원이 되고싶어요.”라고 답하는 것처럼요. 이 꿈은 그 사람들이 정말 이루길 바라는 꿈일까요?

저도 뭐, 다르진 않았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작가는 돈이 안 된다고 저를 말렸어요. 돈 걱정이 많았던 저는 ‘작가는 돈이 안 되는 직업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작가의 꿈을 저 멀리 밀어두고 자랐습니다.



대학 진학 시기에는 해마다 인기 있는 학과가 다릅니다. 제가 대학 진로를 정할 때에는 '교대'의 인기가 가장 높았어요.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란 이유 때문이었죠. 교사의 본질인 ‘가르치는 보람’에 버금가는, 꽤나 큰 파이를 차지하는 이유였어요. 제 기억으로는 당시 내신 1등급으로도 상위 교대 수시 합격을 보장하지 못했어요. 그만큼 인기가 아주 대단했거든요.

저 또한 교대에 진학해서 교사가 되기를 권유받았습니다. 그때는 꿈도 없었기 때문에 수시에 모두 교대를 넣었지만 전부 탈락했어요. 당시에는 제가 가지고 있던 기회의 총알이 모두 불발탄이 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어영부영 성적에 맞춰 다른 전공학과에 진학했어요. 

사실 수시 탈락의 쓰림은 금방 잊었어요. 교대 진학은 제 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모두 다 잊고 즐겁게 대학 생활 잘하고 졸업도 잘했습니다. 좋은 결말이죠? 하하.


제가 대학을 진학했던 때부터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는데, 요즘의 핫한 키워드는 '저출생'인 듯 해요. 갈수록 출생률이 낮아지고, 자연스레 학생이 줄어들고, 학생이 줄어드니 교사라는 직업의 전망도 밝지 않고, 심지어 교사 인원도 싹둑 감축한다는 뉴스 기사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의 뉴스레터를 보고 잠시 제 진학 과정을 되돌아봤어요.

 ‘만약 교대에 붙었다면?’ 

그 당시의 저는 그저 집에서 교대에 진학하기를 원해서,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란 말에 혹해서 교대에 진학했을 겁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와 제 흥미, 그리고 여성 인식 가치관에 부딪혀 이 직업을 선택한 걸 후회했을 거예요. 아무리 상황이 변한들 본질은 변하지 않는데, 제 관심은 교사의 본질인 ‘교육의 보람’보단 다른 콩고물이었으니까요. 교대에 진학했던 이유를 잃고 한껏 방황했을 제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군요. 이 소심한 성격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커리큘럼에서 얼마나 용기 있게 벗어났을 지도 의문이고요. 

그러니 지금 생각해 보면 ‘떨어뜨려줘서 고맙다, 운명아!’라고 외치고 싶어요.



공부만이 전부였던 세상에서부터  원하는 일을 선택해 도전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세상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것저것을 해보다 결국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로 되돌아 가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물론 그렇게 선택한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하고 싶던 일을 하는 사람들의 눈은 항상 빛나더라고요.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제 친구는 오늘도 달콤한 맛을 연구하느라 밤을 새우고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정말 하고 싶은 걸 해야만 하나 봐요. 교대를 선택했을 저는 후회가 컸을 겁니다. 어영부영 아무 과에 진학한 저도 사실 마음속엔 항상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결국 에세이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신춘문예 당선만이 작가 타이틀을 주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니 꾸준히 뭐라도 쓰고 남들에게 보여주면 뭐라도 되지 않겠어요?


백 세 시대입니다.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너무 오래 살게 됐어요. 60대는 더 이상 집에만 있는 나이가 아니라 골프 시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큰 손 연령대가 될 만큼 신체 나이가 무색한 시절이 되었어요. 

그러니 지금 당장 좋아하는 일이 없어도 좋아요. 그저 관심이 생기는 일이 있다면 조금씩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재미가 없으면 치워버리고 다른 흥미를 찾아보며 계속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봐요. 마치 백사장에서 파도에 잘 깎여 모래에 달 다듬어져 반짝이는 예쁜 유리조각을 찾는 것처럼요.

또 저처럼 좋아하는 일이 있는데 망설이고 있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 보는 건 어떤가요?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시작은 모든 일의 반이에요. 저처럼 일상의 파이를 조금 떼어내어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는 것도 굉장한 도약이랍니다.



오늘은 우리의 남은 삶 중 가장 젊은 날이로군요. 오늘 당장 시작해도 앞으로 ‘100세 - 독자분들의 나이’ 만큼이나 남았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행복을 마음껏 즐기시고, 마음속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나 망설이고 계셨던 분들은 작은 발걸음을 한 번 떼어봐요. 여러분의 마음속의 예쁜 유리조각을 손으로 쥐게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긴 인생에 하고 싶은 일이 반짝이고 있기를, 또 반짝이게 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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