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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신문 Dec 16. 2019

역사교과서가 말해주지 않은 역사, 과연 무엇이 있을까?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제대로 된 역사’가 맞을까?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거나 외면하고 싶은 역사가 있는 건 아닐까? 역사란 무릇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성과 진실성을 담보할 수 없다. 말하자면 역사는 늘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존재하고 있는 생물과 같다. 그러므로 역사야말로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책 『말하지 않는 한국사』의 저자 최성락은 “역사를 배울 때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알아야 하고, 편향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또 다른 편향을 택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한국 역사에도 분명 ‘뒤틀린 부분’들이 있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역사에 모순되고 뒤틀린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자각”이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뒤틀린 부분’이란 무엇일까? 특히 「한국전쟁에서 민간인 사망자 수가 압도적이었던 까닭은?」이라는 챕터가 눈길을 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남북한을 합쳐서 300만명이 넘는다. 그중 남한 군인이 15만명, 민간인이 77만명 가까이 사망했다. 군인보다 민간인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전쟁은 민간인이 민간인을 죽이는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이 북한의 손에 떨어지고 낙동강 이북 지역을 공산군이 점령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은 지역의 지주들, 반공주의자들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민간인을 숙청하고 살해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동네 주민으로 살던 사람들이 이념이 다른 주민들을 숙청하고 살해했다”고 말한다. 반대로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엔 공산주의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대거 숙청됐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군인 사상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진 것이다.


책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의 저자 김종성은 한국과 일본, 중국이 국민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방법 중에서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역사를 가르치는 방법’이 있음을 밝힌다.


그중 저자는 한국이 특히 ‘섬의 역사’ 기술에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사 교과서가 지나치게 중국대륙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는 의미”라며 “(이에 반해) 섬의 역사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에 본거지를 둔 독립왕국, 탐라의 역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실, 엄밀히 말하면, 왕건의 삼국통일도 진정한 의미의 민족통일은 아니었다. 탐라국이 조선 초기까지 정치적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역사서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왕건의 통일을 운운하는 것은, 섬에서 형성된 독립왕국들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 “섬을 기반으로 형성된 독립왕국들을 무시한다는 것은 섬의 역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섬 지역의 고유한 감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이해돼야 한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섬나라들의 역사를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에 관한 얘기이다. 『신라 왕실의 비밀』의 저자 김종성은 『삼국사기』에도 없는 ‘신라의 왕위 계승 문제’를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우리는 박‧석‧김 3성이 번갈아 가며 신라 왕위를 차지했다고 믿었다. 물론 박혁거세와 석탈해 그리고 김알지의 자손이 각각 왕위를 차지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 왕족 혹은 세 왕실이 번갈아 가며 왕위에 올랐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신라 왕실에서 근친혼이 이뤄진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근친혼 관계만을 묘사했다”며 “신라가 왕비족의 존재를 인정하고 석탈해와 김알지 혈통을 박성 왕실의 일원으로 수용한 사실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근친혼 관계 자체만 표면적으로 드러냈던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부식이 근친혼의 정치적인 배경을 숨겼던 이유는 왕비족 혈통을 계승한 여성들의 정치적 위상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의 진실은 활자의 형태로 박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소리 없이 산재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역사의 비판적 독해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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