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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신문 Feb 10. 2020

신종코로나가 낳은 신(新)풍속도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전파된 바이러스에 지금껏 중국에서만 630명의 사망자(6일 기준/중국중앙TV)가 나오는 등 확산세가 계속됨에 따라 전 세계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지난달 30일 세계보건기구 선포)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사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먼저 사회 각 분야에서 대면 접촉이 급격히 줄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인데, 스포츠 대회(LPGA 투어 등), 국제 행사(MWC 2020 전시 등), 지역 축제(영덕 대게 축제 등), 방송 녹화(전국노래자랑 등) 취소/불참은 물론, 지난 2일부터는 신병 입소식에 가족 동반도 금지됐다. 예식장 등에서는 마스크 하객 행렬이 이어졌고, 줄어든 하객을 메우기 위한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 수요가 급증했다.


발길이 줄기는 서점가도 매한가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2주간(1월 22일~4일)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는 인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구매는 33.5% 증가했다.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다 보니 도서 구매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외식업계에서는 매장 손님이 크게 줄고 배달 건수가 급증했다. 배달 앱(APP) ‘요기요’ ‘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주문량이 평소보다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달의 민족’은 10% 이상 늘었다. 반면 중국 선전(深圳)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배달원이 2주간이나 음식을 배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배달업체들이 ‘개점 휴업’ 상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혐오’의 감정도 크게 일으켰다.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낀 사람들이 타인을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하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앞서 우한 교포들이 입국할 당시 임시 수용지로 거론된 천안, 아산, 진천 일부 주민이 “수용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안된다”고 거부했던 ‘님비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중국인=감염자’란 잣대로 ‘혐오’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을 ‘차별’하는 상황도 벌어졌고, 가족이 사용할 용도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는 중국인들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아울러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마스크 등 방역제품을 ‘매점매석’해 폭리를 취하는 “위험한 짐승”(김춘수 시인의 「꽃을 위한 서시」 중)적 존재도 사회문제로 지적됐다.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타루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검찰총장인 아버지가 죄수에게 사형을 선고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집을 떠난 인물로, 시민봉사단을 조직해 페스트와 맞서 싸워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페스트에 걸려 목숨을 잃고 만다. 작품 속에서 그는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은 저마다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외의 것들,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면 건강, 청렴결백함, 순결함 등은 의지의 소산이에요.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될 의지 말이에요”라며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거든요”라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확진자든 아니든 모두가 환자가 되는 모양새다. 환자는 병마 때문에, 정상인은 병마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의지의 소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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