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지난 7일 전국여성노동조합을 포함 10여 개의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3시STOP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내달 6일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오후 3시 조기퇴근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로, 1975년에 UN에서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공식 지정한 기념일이다.
올해로 네 번째인 조기퇴근 시위는 ‘3시STOP 공동행동’이 100대 64로 벌어진 남녀 임금 격차와 관련, 이를 하루 노동 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들이 오후 3시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리고자 2017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3시STOP 공동행동’은 지난 10일 감정노동파업을 시작으로 일주일씩 꾸밈노동파업, 독박가사-돌봄노동파업, 일터 내 성차별을 거부하는 파업 등을 차례로 벌일 예정이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와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기준 ‘2017년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4.6%로 OECD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37.1%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의 원인으로는 혼인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노동자의 경력 단절, 남성 중심 채용 문화, 여성 및 사회적 소수자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유리천장(glass ceiling) 등이 있다.
특히 육아와 돌봄 등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사노동현황실태’에 따르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 13분인데 반해 남성은 40분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일’(work)과 ‘생활’(life) 사이에 균형점을 맞추기 힘들고, 이는 여성이 직장에서 일을 수행하는 능률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모윤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임금노동에 참여하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은 가사와 돌봄의 전담자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같은 업무로 들어와도 차별적으로 기대돼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성장할 수 없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은 업무에서의 성차별을 낳고 여성의 노동을 부수적인 것으로 만든다. 이것은 성별임금 격차로 나아가고 성차별을 더욱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책 『여성과 일』의 저자 신경아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개인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관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과 가족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의 공유’와 ‘돌봄노동’의 가치가 회복돼야 한다”며 “노동의 공유란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을 남녀가 함께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상적 노동자 규범의 해체와 새로운 노동자상의 형성이 필요하다.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에 근거한 이상적 노동자상은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주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현실적 적합성도 상실해 가고 있다”며 “일-가족 양립과 균형의 책임을 남녀 모두에게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이 두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노동자들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러한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경제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될 때,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 및 실질적인 성평등이 구현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