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새로운 병원체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신종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것은 발현지의 국민만이 아니다. 오늘날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로 많은 사람들이 전 지구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병원체도 가난한 나라의 국경을 넘어 부유한 나라로 퍼질 수 있다.” (지난해 2월에 출간된 『초예측』 中)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미 1년 전에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앞으로 인류가 직면할 첫 번째 문제로 꼽았다. 세계적으로 국가 간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가운데 가난한 나라는 공중위생과 공공 보건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가난한 나라에서 신종 감염병이 등장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그는 예견했다.
다이아몬드는 또한 경제의 전 세계적 붕괴도 예상했는데, “각국 시장이 단일한 세계 경제로 통합되는 가운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적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오늘날은 각국 경제가 서로 연결돼 있어서 한 나라의 경제가 무너지면 다른 나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외 원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난한 나라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 심지어 더 심해진다면 신종 병원균만이 아니라 테러리즘과 이민 문제도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의 생활이 평등하게 보장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파국을 언제고 다시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예견이 책에 담겨 출간된 지 1년, 다이아몬드의 예견대로 코로나19의 팬대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했고, 세계 경제가 앓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도 명확해지고 있다. 국가들이 전 지구적으로 연결돼있는 상황에서 오늘날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석학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세계적인 석학들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가 석학 8인(▲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다니엘 코엔 ▲조앤 윌리엄스 ▲넬 페인터 ▲윌리엄 페리)의 인터뷰를 엮어 펴낸 『초예측』에는 앞으로 인류가 처할 가능성이 높은 위기들과 그 위기를 극복할 지혜가 담겨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등 다이아몬드가 예견한 것들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여기 담긴 석학들의 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미래의 주요 문제들은 항상 지구 차원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수십 년 안에 인류는 핵전쟁, 지구온난화(기후변화), 과학기술에 의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기존의 사회 질서와 경제 구조를 완전히 파괴하고 수십억명의 사람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켜 전 세계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라리가 제시한 대응책에는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미국 같은 강국이라고 해도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진짜 큰 문제는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포퓰리즘의 부상 등이 국제적 차원에서 협력할 기회의 능력을 저해해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라며 “민족주의는 결코 답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화와 그 적들』의 저자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과학기술이 초래하는 국가 간 격차가 성장 신화의 종말과 장기적인 경제 침체의 시작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엔은 “과학기술은 격차를 야기할 뿐 아니라 재생산하고 심화시키고 있다”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새로운 과학기술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의 생산성은 더 이상 향상되지 못하고 정체 또는 쇠퇴하는 셈이니 그것만으로 경제 성장률은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산층 역시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혜택에서 소외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 벼랑을 걷다』의 저자이자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내 북핵 위기를 모면하는 데 일조한 윌리엄 페리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인간이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어느 나라의 지도자도 다른 나라에 핵전쟁을 일으킬 의도는 없겠으나, 어떤 이유로든 우발적으로 핵전쟁이 발발할 위험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벼랑을 걷다』에서 핵전쟁이 인류의 문명의 종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으며, 하와이 재난관리청에서 실수로 탄도미사일 공습경보가 발령되는 바람에 엄청난 소란이 일었던 2018년 1월 13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우발적인 핵전쟁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재차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수백만 사람들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에 우리는 단순히 실수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라는 글을 쓴 바 있다.
페리는 “정치인들이 우발적 핵전쟁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장 효과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을 통해 핵의 위험성을 일반 대중이 절실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예견이 맞았다고 다른 예견들까지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