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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신문 Apr 01. 2020

한국 남성들의 ‘강간문화’, 이제는 정말 없어져야…

[사진=연합뉴스]

‘n번방 사건’이 논란이다. 이는 2018년 하반기부터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인 ‘n번방’과 ‘박사방’ 등을 운영한 피의자들이 여성들에게 강압적으로 성 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그것을 이윤 목적으로 판매한 사건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한국 남성들의 ‘강간문화’(Rape Culture)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간문화란 문자 그대로 ‘강간’이라는 성 범죄행위가 남성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윤지영 교수는 논문 「미투라는 혁명의 해일-페미니즘 프리즘으로 강간문화 해부하기」에서 “강간문화라는 단어가 형용모순처럼 다가오는가? 어떻게 강간이라는 흉물스런 폭력이 문화라는 우아한 장과 조합될 수 있는지 의아한가?”라고 질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는 한편으로 “타자에 대한 폭력의 이름”이다. 이 말은 이미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 ‘문화’가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영역을 ‘정복해야 할 곳’으로 전제함으로써 존립하는 개념이다. 즉 저자가 정의하는 강간문화는 남성들 간의 결속체로 이뤄진 현실의 문화가 여성을 “포식대상”으로 설정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심각한 것은 여성들을 잔혹하게 착취하는 남성들의 강간문화가 특정 계층이 점유(占有)하고 있는 것이 아닌, 한국 남성들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놀이문화라는 점이다. ‘n번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관전한 사람이 무려 26만명에 이르는 것이 위 사실을 방증한다. 그러니까 비밀대화방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자들뿐만 아니라 영상을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한 26만명의 남성들 역시 모두 공범이라는 것.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 역시, ‘n번방 사건’이 여성에 대한 남성 일반의 ‘보편적 폭력’과 연결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들의 강간문화를 타파하고, 나아가 이들의 젠더감수성 향상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결국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인 ‘성평등 교육’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책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의 공동 저자 최윤정은 “최근에 나타나는 교실에서의 여성혐오와 성폭력 사건은 그동안 교육에서 성평등 가치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그는 “수업 중에 여교사를 상대로 남학생들이 집단 자위를 벌이는 현상은 미디어를 통해 습득한 그릇된 남성성이 학교 공간에서 무방비 상태로 유통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이 발생함은 물론 자라나는 세대의 집단문화로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조기 성평등 교육을 위해서는 ▲성평등 교육을 추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수업을 이끌어 가는 교사들의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역량 ▲탄탄한 교육과정과 관련 교수자료의 제공 등을 꼽았다. 저자는 “개인의 인권적 가치와 존엄을 지키면서 원만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추구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성평등 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김할 시점”이라고 덧붙인다.


책 『젠더와 사회 : 15개의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의 공동 저자 정현백 역시 “지속가능한 성평등사회, 그리고 대다수 시민이 희구(喜懼)하는 대안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전망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성평등운동은 시민사회운동과의 연대뿐 아니라 국제연대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연대의 정치학은 이제 지역사회, 국가 차원뿐 아니라 지구사회라는 다차원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교육을 통한 올바른 젠더감수성 함양은 남성사회 내부의 ‘건강한 균열’을 가져온다. 말하자면 남성이 같은 남성의 그릇된 성별 고정관념을 지적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토양이 마련될 때, 비로소 남성들이 내미는 연대의 손길을 여성들이 안심하고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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