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돈’과 관련한 책만 읽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많은 부자들을 만나왔다는 김학렬은 책 『부자의 독서』에서 “부자들의 머리맡에는 당장의 정부 정책이나 단기 경제 지표를 담은 짧은 보고서와 묵직한 주제를 다룬 경제 서적만이 아니라 투자와 관련 없어 보이는 역사, 철학, 사회과학, 문학, 예술 분야의 책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가령 매년 50여권의 책을 읽는다는 빌 게이츠가 올해 추천한 책 다섯권 중에서 경제·경영서는 두권이었다.
“왜 당장 소용도 없고 투자와 딱히 관련도 없어 보이는 책들을 읽는 것일까?” 김학렬은 진정한 부자들이라면 이 말을 듣고 배시시 웃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를 쌓는 일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에는 이성과 감성이 섞여 있고, 시장은 수많은 변수와 복잡다단한 인과관계가 얽혀 있는 고차방정식과 같기에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혀 돈과 관련 없어 보이는 책에서 부를 쌓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가령 지리학과 식물학, 동물학, 고고학, 역사학 등을 통해 ‘왜 문명의 발달 속도는 대륙마다 달랐는가’를 설명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읽는 이에 따라서 부동산 투자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입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총, 균, 쇠』에는 입지가 운명을 가른 두 가지 사례가 나온다. 먼저, 뉴기니섬과 유럽의 발전 정도를 비교하는 사례다. 1972년 백인들이 쇠도끼와 성냥, 의약품 등을 들고 뉴기니섬을 방문했을 때 뉴기니섬 원주민들에게는 그것들이 모두 생소했다. 다이아몬드는 유럽과 뉴기니섬이 그토록 달랐던 이유를 입지 때문이라고 봤다. 유라시아 지역 토양이 뉴기니섬의 토양보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에 좋았고, 유럽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뉴기니섬보다 주변 지역과 교류하기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발전 정도를 비교하는 사례다. 15~16세기까지 아시아는 유럽보다 더 발달한 대륙이었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을 뛰어넘는다.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이 역시 지리적 요인 때문이다. 유럽은 거대한 섬과 산맥, 수많은 반도와 협곡 등으로 나뉘어 있어 로마 제국 이후 통일된 적이 없었고, 늘 여섯 개의 강대국이 경쟁체제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 경쟁은 발전으로 이어졌다. 반면 유럽과 비교해 평탄한 아시아의 국가들은 중국 대륙 통일 이후 중국의 압도적인 지배 아래 놓여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의 역사를 조망하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사피엔스』를 관통하는 주제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욕망이다.
책의 1부에서 하라리는 태초에 여섯 종의 호모 종이 동시에 존재했으나 그중 사피엔스가 다른 종을 모두 살해하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피엔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매개가 다름 아닌 ‘뒷담화’였다고 주장한다. 사피엔스의 본성이 선보다는 악에, 화합보다는 차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2부를 읽으면 사피엔스에게 자유보다 ‘안정’을 택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라리는 과거 인류가 오랜 세월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자유로웠으나, 안정을 위해 농업을 시작하면서 온갖 근심 걱정에 시달리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동하며 먹을 것을 찾는 수렵채집인의 삶이 농업인의 삶에 비해 압도적으로 더 행복했을 것임에도 인류가 결국 안정적인 삶을 택했다고 말한다. 하라리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빛나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자유롭지 못한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인류가 갈림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하게 한다.
이 외에도 대도시가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책 『도시의 승리』를 읽으면, 아무리 통신기술이 발달하거나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등장한다고 할지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지방보다는 서울에 살기를 택할 것임을 예감하게 된다. 건축 디자인에 관해 설명하는 유현준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를 보면, 어떤 디자인이 부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지 감을 잡게 된다. 이처럼 돈과 관련한 책만이 부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부를 얻고 싶다면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