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문학
남자들의 경우 어린 시절 무기를 모방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놀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지금처럼 장난감이 다양하지 못했던 70~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남자들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이나 방패 혹은 앞에 잘 붙지도 않는 고무 흡착판이 붙은 활을 한 번씩은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꽤나 고급스러운 소재와 외형으로 변하긴 했어도 날붙이를 모방한 장난감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데, 불과 십여 년 전 이 영광스러운 모방의 대상은 ‘반지의 제왕’의 무기를 모방했으며 최근엔 ‘젤다(Zelda)’의 칼과 방패에게 그 영광의 자리를 빼앗긴 것 같다. 과하게 생각하면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며 공격적 성향의 놀이지만 금방 나이가 들면 관심이 없어지지만 나이가 들어 조카나 아들의 장난감 중에 요상한 무기와 같은 장난감을 발견하면 “오~!” 하면서 한번 만져보는 것이 남자들이다. 이런 요상한 세뇌교육의 영향으로 날붙이 무기에 대한 알 수 없는 로망은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해도 과장은 아닐것이다.
다양한 형태와 용도, 그에 얽혀 있는 이름과 전설들은 무기 하나만으로도 영화 한 편씩은 만들 만큼 이야기들도 무궁무진하다. 그런 무기들 중 가장 많은 사연과 전설을 지니고 있는 것이 ‘검’과 ‘도’로 불리우는 ‘도검류’가 아닐까 싶다. 도검류는 길고 뾰족하며 날(blade)을 가지고 있어 흉기로 쓰일 수 있는 물건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의 법률에서 정하는 도검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검"이란 칼날의 길이가 15센티미터 이상인 칼,검,창,치도(雉刀),비수 등으로서 성질상 흉기로 쓰이는 것과 칼날의 길이가 15센티미터 미만이라 할지라도 흉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뚜렷한 것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고 정의되어 있다. 어떤 것이든 사람을 해치는 용도의 흉기면 사실 모두 도검인 셈이다.
‘양날의 검’은 어떤 일이나 사건에 좋은 면과 나쁜 면의 함께 존재할 때 쓰는 말인데, 양날의 도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사실 검과 도를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저 문장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많은 정보들 중에 검과 도를 이렇게 구분하는 내용이 꽤나 많이 존재한다. 도(刀)와 검(劍)이라는 한자를 보면 검(劍)이라는 한문은 양날검을 위해 만든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자는 모두 라는 뜻을 지닌 僉(다 첨)과 刀(칼 도)라는 뜻이 합쳐진 회의문자(한문의 조어 방법 중 하나로 글자 두 개 이상을 조합하면서, 각 글자들의 의미에서 파생된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글자를 만드는 방법)인데 모든쪽(僉)에 날(刀)이 있다는 뜻으로 만들어서 도(刀)와 구분을 위해 만들어 졌다는 설이 있다. 중국의 무예와 무기를 설명한 십팔반병기(十八般兵器)는 중국 무술에서 사용되는 열여덟 가지 무기와 그 무기를 이용한 무술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도(刀)는 ‘한쪽 면에 긴 칼날이 있는 단병기이다. 동시에 자르기·깎기·가르기·두드리기·찌르기에 사용 가능한 도구를 폭넓게 지칭한다’ 하였고 검(劍)은 ‘양쪽 면에 날이 있고 몸체가 곧으며 끝이 뾰족하다. 좌우, 상하 움직임으로 상해를 입히고, 찌르면 갑옷을 뚫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두 무기의 정의가 우리나라와 일본 등으로 퍼져 영향을 주게 되었으며 이러한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쓰여진 고대 중국의 소설들과 무협지들이 이런 의미를 일반화 하였다고 본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이러한 형태만으로 그 이름을 규정하여 쓰이지 않았는데, 주로 도(刀)는 날붙이 무기를 일컫는 넓은 의미로 쓰이고 검(劍)은 의미를 갖는 날붙이의 이름에 주로 많이 쓰였다.
곧게 뻗어 있고 손잡이부터 칼끝까지 좌우 대칭형의 모습을 갖고 있는 칼을 보통 검이 하고, 완만하게 휘어져 있고 칼의 한쪽만 날이 존재하는 것을 도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쉽게 말해 일본도 같은 형태만을 도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 사실은 명확하지 않았고 정확하게 구분되지도 않았었다. 양날을 갖고 있지만 이름에 ‘도’가 붙기도 하고 한쪽 날만 있지만 ‘검’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와 여러 부분에서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날이 있는 방향만을 가지고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소설 등에서 도와 검의 명칭을 구분하려 했다가 많은 역사적 근거 등에 반박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미 검증이 완료되거나 반박이 불가능한 역사적 칼의 이름을 차용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그래서 이름이 알려진 칼들이 자주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더욱 쉽다. 양날이면 검이고 외날이면 도라는 개념은 중국의 무기체계의 구분에서 시작되었고 이러한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쓰인 양판소의 무협지들이 이런 의미를 일반화했다. 물론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혼용되는 경우도 많았으며 일본의 경우는 더 세부적인 분류와 사용 방법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