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 연예인 전시에는 가지 않습니다. 작품을 보기 전에 이름이 먼저 개입하는 상황이 불편해서입니다. 혹시라도 저의 판단이 기대나 선입견에 기대어 흔들릴까 싶었습니다. 기껏 예술 언저리나 기웃거릴 망정 예술작품을 대하는 기준만큼은 조용히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김수철: 소리그림>으로 그 경계를 조금 낮추게 되었습니다. 김수철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잠시 접어두고 보니 화면 위에는 생각보다 단단한 밀도가 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이 하나의 장르로 묶이지 않듯 전시된 작품들 역시 특정한 형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캔버스에서 색이 튀어 오르고 선이 춤을 추며 시간과 감정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의 작업을 바라보는 동안 소리, 리듬, 색, 선, 여백, 촉감, 사색 같은 말들이 머릿속을 떠돌았습니다. 마치 하나의 예술이 또 다른 감각의 문을 열어주는 듯했습니다. 단순히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소리그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뻔한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어떤 작품 앞에서는 귀로 듣는 대신 눈으로 음악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전시장 구성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채로운 작가의 음악처럼 각 작품이 반영된 색채와 소리, 리듬감은 어떤 때는 서로 겹쳐지는 듯 반복되다가도 또 어느 순간엔 전혀 다른 세계로 전환되는 듯했습니다. 시각과 청각이 섞이며 만들어낸 감각이랄까요. 무엇을 과시하기보다 자신이 오래 다뤄온 감각을 다른 방식으로 옮겨 놓은 기록처럼 느껴졌고, 음악가의 그림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오래 축적해 온 시간의 또 다른 표현으로 느꼈습니다.
예술은 결국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도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름이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가로 남는 것이다. 오늘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서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Ricoh GR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