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삶은 이처럼 기울어진 길 같다. 앞이 보인다고 해서 곧장 나아갈 수 있는 건 아니고 뒤돌아갈 수 없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늘 중력과 망설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나는 조금씩 늙어가며 매번 다른 몸으로 경사를 내려선다. 어제의 나를 지나쳐 내일의 나를 향해 미끄러진다. 무엇에 미끄러지는지 깨닫기도 전에 또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풍경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어제와 똑같은 골목, 똑같은 신호등, 똑같은 빛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겐 평범한 오후이고 누군가에겐 끝나지 않는 밤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같은 경사 위에서 각자의 시간이 다르게 기울어진다.
종일 스쳐 간 빛, 사람들의 숨소리, 바퀴 자국은 아직도 천천히 식고 있다. 그 온도를 기억하는 것은 어두운 아스팔트다.
미아동. Ricoh GR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