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경찰관 (플랜 오브라이언, 을유문화사)

by 리디언스

<세 번째 경찰관> (플랜 오브라이언, 을유문화사)


플랜 오브라이언의 작품은 처음이다. 일주일째 붙들고 읽었지만, 결국 “이게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소설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이자 화자가 자신이 한 노인을 죽였다는 독백으로 시작한다. 살인을 저지르게 된 동기가 ‘드셀비’라는 작가에 관한 책을 출판하는 데 필요한 돈을 얻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하지만 이 독백에는 살인이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뻔한 자기 합리화가 흐른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이미 이 이야기가 ‘진실’의 설명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변명임을 암묵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는 노인의 금고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마을을 떠나 ‘세 번째 경찰관’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들어가는 마을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곳이다. 그곳에는 두 명의 경찰관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단순히 범죄를 다루는 존재라기보다는 자전거와 인간의 육체, 시간과 기계의 관계를 복잡하게 해석하는 이론가처럼 보인다. 그들의 말은 논리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일상적인 현실과 연결되지 않는다. 여기서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하나로 통합되는지를 묻는 상징처럼 작동한다. 이 비현실적인 상황은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 겉으로는 합리적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마치 거울에 비추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 번째 경찰관’이라는 인물이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결코 직접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말로만 존재하지만 화자와 마을 전체를 둘러싼 하나의 체계처럼 느껴질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가 한 사람의 경찰이 아닌 감시와 통제, 지루하게 반복되는 절차가 하나로 융합된 상징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화자는 이 세 번째 경찰관을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그는 이미 모든 과정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국가 권력과 관료질서가 우리에게 직접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과 행동을 둘러싸고 있다는 점과 닮아 있다.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주인공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흐트러지는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범벅이 되고 사건들은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 순환하는 구조 안에서 반복된다. 급기야 어느 순간부터 그가 자신이 살인자인지, 아니면 살인을 당한 피해자인지조차 그 경계가 흐릿해진다.


이 소설은 단순히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과 도난, 감시와 권력,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언어, 체계, 논리의 혼란과 허구 같은 현실의 흔들림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결말에 가서까지도 이 모든 의문이 딱 잘라 명쾌하게 해소되거나 정리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여전히 경계선 위에 서 있고 현실과 환상, 살인과 사고의 구분이 흐릿해진 채 끝난다. 그래서 결국 독자는 이야기의 구조나 결말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현실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가, 혹은 우리가 대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장치는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라는 개운하지 않은 질문을 품게 된다. 그러니까 익숙한 이 세계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혼란에 빠질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작가의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읽는 도중에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힘겹게 읽었다.


환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보르헤스나 고골, 베르나르 키리니 등 같은 결을 가진 작품들보다는 읽기가 조금 버거울 수 있다. 단단히 각오하고 읽으시기를.


읽기의 난이도가 다르다. 단단히 각오하고 읽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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