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감정은 안쪽에서 출발해 서서히 바깥으로 스며든다. 그러나 어떤 감정은 외부에서 예고 없이 들이친다. 막을 새도 없이 몸과 마음의 경계를 넘어 이미 자리를 차지한 채 도착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공기는 유난히 소슬하고, 매일 스쳐 지나던 풍경이 조금 다른 각도로 나를 바라본다. 익숙함은 제 기능을 잃고 주변이 잠시 낯선 얼굴을 드러낸다.
그런 순간의 감정은 내 것이 아니라 내가 통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깥에서 시작된 흔들림이 내부의 침묵을 건드리면 육체마저도 힘겹다.
광장동. Rollei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