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궤적이 분명하게 말한다. 이곳으로 한 존재가 풍경을 가로질렀고 시간이 함께 지나갔다는 사실을. 그가 남긴 선은 길이라기보다 선택에 가깝다. 누군가 마련해 둔 방향이 아니라 발자국들이 그 결정들이다.
말 없는 공간, 아직 채워지지 않은 시간. 그 사이에서 벤치는 앉히기보다 기다리고, 가로등은 밝히기보다 그저 허술하게 서 있을 뿐. 움직임이 최소가 되는 대신 흰 여백은 최대가 된다.
기능을 내려놓은 사물들은 그제야 비로소 풍경의 일부가 된다.
광장동. Rollei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