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의 강을 건넌 기억은 이를테면 망각이다.

by 리디언스


레테의 강을 건넌 기억은 이를테면 망각이다. 그 망각이 어떤 질료에 의해 다시 표면으로 떠올라 되살아나는 건 굉장한 일이다. 이미지의 얇은 막 위에 기억은 잠시 형태를 되찾고 잊혔던 장소는 다시 부유한다.


그곳에는 한때 뱉었던 내밀한 말들과 미처 완성되지 못한 사유와 감정, 사랑과 실연, 젊음과 쇠락의 시간이 함께 서성인다. 서로를 알아보지만 끝내 말을 걸지 않는 존재들처럼.


그러나 그것은 잠시. 이 소환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기억으로 부유한 이미지는 머무름이 아니라 통로일 뿐이다. 다시 흩어질 준비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다시 침묵 속으로.


광장동. Rollei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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