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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언스 Jan 20. 2023

팝 드러머에서 재즈 드러머로의 완벽한 변신

재즈 브루잉 - Manu Katche




<Neighbourhood> (Manu Katche, ECM)  


재즈계에는 재즈 외 타 장르에서 음악적 역량을 나타내다 재즈로 전향한 이후에도 그에 못지않은 성과를 이룩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적지 않다. 클래식에서 재즈로 전향한 자크 루시에(Jacques Loussier)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중음악 쪽에서 활약을 했던 아티스트들 많다. 가령 팝스타 스팅(Sting)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하며 스팅과 함께 명곡 Shape of My Heart를 작곡한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Dominic Miller)가 그런 케이스다. 2017년 ECM에서 데뷔 앨범을 낸 탓에 재즈 기타리스트로서 어느 정도의 지위를 얻었다. 스팅 또한 팝과 재즈를 넘나드는 행보를 하는 보컬이기도 하다.


소개하는 뮤지션 마누 카체(Manu Katche) 또한 스팅의 밴드 출신 드러머. 비록 도미닉 밀러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긴 하나 실상은 도미닉 밀러보다 훨씬 이른 2005년에 이미 데뷔 앨범을 발표한 베테랑이다.


1958년 파리에서 태어난 마누 카체는 7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13세 때 처음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음악학교에서 클래식 퍼커션을 공부하여 뛰어난 실력으로 클래식 음악원에 입학이 허가되었지만 그는 전문 드러머의 길을 선택한다. 이후 차근차근 실력을 쌓다가 80년대에 피터 가브리엘의 베이스 연주자 토니 레빈에 의해 발탁되어 파리 콘서트의 드럼 연주자로 데뷔하게 된다. 이밖에 스팅, 다이어 스트레이츠, 조니 미첼 등의 밴드에 참여하였고 스팅의 앨범 '더 소울 케이지스(The Soul Cages)'는 그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1989년 ECM 20주년 기념 파리 공연에서 ECM의 색소포니스트 얀 가바렉(Jan Garbarek)과 함께 연주할 기회를 얻는다. 이 연주로 ECM의 설립자이자 프로듀서인 만프레드 아이어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후 얀 가바렉과의 협연과 앨범의 사이드맨으로 자주 참여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05년 드디어 자신의 이름으로 ECM 데뷔 앨범 <Neighbourhood>을 발표하게 된다.


<Neighbourhood>은 일단 앨범에 참여한 라인업의 화려함에 깜짝 놀란다. 색소폰의 얀 가바렉(Jan Garbarek)은 물론, 트럼펫에 토마스 스탄코(Tomasz Stanko), 스탄코와 함께 심플 어쿠스틱 트리오의 멤버로 활동해 온 피아노의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Marcin Wasilewski), 슬라보미르 쿠르키에비치(Sławomir Kurkiewicz)가 그들이다. 또한 같은 프랑스 출신이며 평소 절친했던 피아노의 작은 거인 미셀 페트루치아니에게 헌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누 카체가 전곡을 작곡한 앨범은 각각 피아노 트리오와 퀄텟, 트럼펫과 색소폰이 함께 한 퀸텟 등 다양한 구성으로 연주되고 있다. 드러머의 데뷔 앨범인지라 내심 임팩트 강한 사운드를 기대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미드 템포의  무난한 곡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얀 가바렉과 토마스 스탄코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이런 사운드를 구현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대가들 간에 배려와 품격일 수도 있겠다 싶어 오히려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특히 얀 가바렉의 경우 자신의 존재를 일부로 숨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부분 앨범 발표 당시 신예였던 마누 카체와 이미 레전드로 자리하고 있던 얀 가바렉과 토마스 스탄코 간의 이를테면 신구의 조화를 기막히게 이루어 냈다는 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팝 드러머가 재즈, 그것도 ECM이라는 명문 레이블에서, 더군다나 사이드 맨으로 거장 얀 가바렉과 토마스 스탄코에 당시 한창 떠오르던 신예 바실레프스키, 쿠르키에비치를 참여시켰다는 점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https://youtu.be/TXxu85Fv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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