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이 같던 젊은 시절, 연애에 실패한 채 막차를 잡아 타고 돌아오던 밤, 심야버스가 마지막으로 들렀던 어느 휴게소 풍경이 이랬다.
실재가 시뮬라크르에 함몰되고 세상의 번잡과 욕망이 어둠 속에 잠시 수용되는 시간. 이런 밤은 과잉의 표정을 지우고 약간의 도드라진 빛, 윤곽만을 남긴다.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흉내 낸 장면 같았고 실재가 가장 얇아지던 그때 나는 알았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삶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고독의 상처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그 상처는 일시적 사건이라기보다 구조에 가까운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므로 난 비탄해하지 않았고 울지 않았다.
충남 공주. Ricoh GR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