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K, 치킨 or 피아노

by 리디언스



낯선 동네의 골목 모퉁이에서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CHICK COREA. 치킨 가게 간판에 적힌 이름이다.


젊었을 적, 맹렬히 좋아했고 지금도 절대 놓을 수 없는 이름 재즈 피아니스트 Chick Corea.


10여 년 전쯤 한국 공연에서 'Korea'와 발음이 똑같은 자신의 성을 빌려 “나의 나라에 와서 기쁩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연주자다. 그 이름 Chick Corea가 바로 내 앞에 기름 냄새가 폴폴 나는 치킨 가게의 얼굴로 서 있었다.


처음엔 웃음이 먼저 나왔다. Chicken과 Chick, 닮았지만 절대 닿지 않을 의미의 두 단어. 단순한 언어유희일까, 아니면 나를 닮은 누군가의 오래된 애정이 이렇게 우회해 남긴 흔적일까.


재즈가 그렇듯 정답보다는 즉흥과 변주, 그리고 위트가 먼저 떠올랐다. 재즈에서 의미는 늘 약간 늦게 도착하고 때로는 끝내 오지 않기도 한다.


간판 이름에 얽힌 연유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가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질문은 뒤로 미루고 대신 사진을 남겼다.


그러나 정말로 한 명의 Chick Corea 팬이 남긴 사적인 헌사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저 우연일까. 그러나 우연 또한 재즈의 한 형식이라면 이 만남은 충분히 그럴듯하다. 어떤 즉흥은 연주되지 않아도 성립하고 어떤 화성은 상상 속에서 더 오래 울리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지나게 된다면, 꼭 한 번 들어가 묻고 싶다. CHICK COREA에 담긴 진짜 이유를.


내친김에 칙 코리아의 음반 몇 개를 추렸다.




https://youtu.be/BCkpE3ZRy0o?si=k4QQNvZ3VSVqQ6em


매거진의 이전글아르보 패르트: 거울 속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