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있는 음악이라도, 연주 연습은 계속해본다.

트럼펫을 취미 악기로 선택한 이유.

by 호두

앞서 소개한 내용을 짐작하지 못했거나,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저는 트럼펫을 취미로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지요. 척 맨지오니(Chuck Mangione)의 Feel so Good을 연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는 고가의 금관악기를 구매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음악 한 곡 맘에 든다고, 그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그래서 악기를 구매하고 취미로 이어가고 싶다니. 누가 들어도 이유가 어설프고, 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빨리 그만둘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음악이 많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쉽게 한 음악에 싫증을 내나요. 영원히 좋아할 것 같던 음악도 계속 듣다 보면 질린다는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굳이 트럼펫 연주곡을 찾았습니다. 트럼펫을 반드시 불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악기를 구매하면 열심히 연습을 할 것인지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반드시 사야만 한다는 핑계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고민을 집어치우고 일단 아주 가격이 싼 저가형 트럼펫을 구매하고, 트럼펫 학원은 찾기 너무 어려웠지만 지하철 두 정거장 지나 실용음악학원에서 트럼펫 강사를 초빙한다기에 수강했습니다.


그렇게 세 달 해보니까. 막상 제가 정말 연주하고 싶은 하나의 곡(Feel so Good)은 어디 멀리 사라져 버리고, 계이름만 불고 있는 제 자신이 여기 있는 겁니다. 일단 트럼펫은, 색소폰처럼 리드가 있어서 음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입술의 떨림으로만 음을 내야 해서 초기 입술의 위치를 잡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지금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사님은 말씀하셨었죠...)

download.jpg 색소폰 리드
download-1.jpg 트럼펫 마우스피스

하지만 트럼펫이 그 자체로 멋진 점은 매우 많았습니다. 누르는 밸브는 3개밖에 없으면서 뛰어난 음역대를 갖고 있고, 색소폰처럼 빠른 변주는 어렵지만 훨씬 시원한 금관악기만의 소리와, 무엇보다 다른 금관악기보다 트럼펫을 들 때 아주 그럴듯해 보이고, 마지막으로 가장 그럴싸한 건 재즈 트럼펫터는 어느 재즈밴드에서나 환영받는 위치이기도 합니다.(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잘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는 안습의 이유가 여기 숨어 있습니다...)

비록 초기에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Feel so Good은 제가 연주하기엔 너무 멀리 있지만, 트럼펫 소리가 좋아서 오늘도 연습을 해봅니다. 소리가 날카로워 근처 다리 아래에서도 불고, 은행 ATM기기 안에서도 불고, 지하보도에서 불고, 그래 봅니다만. 아직 민원을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또 민원을 받아보면 어떤가요. 그것 또한 재미있는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