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이란 없고, 그냥 책 읽고 음악 해보겠습니다.
처음엔 그냥 회사 다니면서 취미로 할 생각이었습니다. 트럼펫을요, 독서를요. 근데 퇴사하고 나니까 생각은 많아지고 맙니다. 요즘은 직장 없는 사람에게 컴퓨터 강의도 국가에서 제공한다고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해준다던데, 그리고 와이프도 이것저것 추천도 많이 합니다.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도 창업하는 사람이 많더라, 사업을 시작해보는 게 어떠냐. 사실 와이프는 제가 하고 있는 것에 항상 응원하는 편입니다. 참 다행이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굶어 죽게 될 것 같습니다. 근데 다른 건 딱히 손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하겠다고 이유를 만들어놓고 탱자탱자 놀고만 있습니다. 정말 비 오는 날에 먼지 나게 두드려 맞아도 싼 상황입니다.
퇴사를 생각한 건 저였습니다. 놀고먹으려고 퇴사하겠다는 건 아니었고, 육아휴직이 끝나 아이 돌보는 것을 관두고 이제 직장에 나서려니, 하원 도우미를 불러놓고 맞벌이를 하려니,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하나뿐인 아들이 놀아달라고 그러는데, 저녁 준비하고 밥 먹이고 씻기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려서 아쉬운 겁니다. 그걸 아들도 느끼는지 부쩍 부모와 지내는 시간이 적어진 세 살짜리 아들은 짜증이 늘어만 가는 겁니다. 그 짜증 때문에 퇴사했다고 해도 별말 없지만, 돈은 시간 지나서 어떻게든 벌면 되고, 지금은 아이와 놀아줘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또 누군가는 그러겠죠. '야, 돈 지금 안 벌면 어쩌냐, 아이는 나중에도 키울 수 있고, 알아서 자라는 거다.' 근데, 어릴 적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저에게 그 말은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외롭고 쓸쓸해서, 또 부모님은 두 분 다 돈 벌러 가셔서 전학까지 가고 고모네 집에서 자라야 했던 그 시절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서점에서 일했습니다. 서점 에피소드는 차후에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고, 그 덕분에 저는 음반과 서적이 친합니다. 매번 신간을 검색하고, 재즈를 검색합니다. 지금 이대로 나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이대로 살아가면서 밥 빌어먹고 살 정도는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나쁠 것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고군분투 이것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코딩이나 온라인 마켓을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하게 되면 열심히 해야겠죠. 그러나 그전에 와이프가 퇴사하기 전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보고 싶습니다. 트럼펫도 불면서, 책도 읽는 사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