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관리, 하지 맙시다.

적어도 취미생만큼은 악기 관리에 얽매이지 맙시다!

by 호두

고등학교 시절 어느 친구의 말 한마디

고등학교때 관악부로 플룻을 연주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악기 하나 배워보고자, 아니... 호기심에 피패를 하나 구매했었습니다. 7000원이었나. 엄청 싼 가격이면서, 리코더보다 이색적이어서 갖고 싶었는데, 일주일쯤 연습하다 보니 그 친구가 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야. 너 이 닦고 불고 있는 거야?"

당시 플룻을 잘 불던 친구의 그 한마디 때문에 저는 양치질을 하지 않고서는 피패를 불지 않았고, 점점 피패와 멀어졌습니다. 피패를 입에 데는 순간 양치질을 해야겠단 생각이 떠올랐고, 양치질부터 하고 돌아오면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bcd8b7ae6.jpg 교육용 피패, 주로 리코더와 함께 음악시간에 사용됩니다.



악기 연습은 본능이랄까, 습관과도 같아서 지금 당장 악기를 잡지 않으면 연습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지금 말고, 하던 거 마저 하고,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 결국 오늘 하루는 악기 연습을 뒤로하게 되더군요.


피아노, 통기타, 전자기타... 등 그냥 싼 것만 골라봅시다.

7411-780x405.jpg 초보자가 듣기엔 똑같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악기를 구매하기 전에 생각을 해봅니다. 30만 원짜리 기타와, 100만 원짜리 기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낙원상가에서 덜컥 70만 원 상당의 기타를 구입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속으로는 딱히 차이점을 못 느꼈는데, 매장 직원이 소리가 좋다며 건네주니까 덩달아 좋은 것 같다 생각하고 질러버린 겁니다. 사실 30만 원 기타보다 소리는 쪼금 좋았습니다. 제가 듣기에는요. 누군가는 "무슨 소리야. 천차만별이야."라고 하겠습니다만, 딱히... 천차만별 같진 않았다는 겁니다.

악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소리가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솔직히 중요한 건 실력 아니겠습니까. 기타도, 피아노도, 결국은 본인의 손가락이 잘 움직여야 악기도 빛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 근데, 저는 왜 70만 원짜리 악기를 구매했던 것일까요. 그걸 사면, 더 연주를 잘하는 느낌이었을까요.


네, 그랬습니다. 지금 와서 후회합니다. 그래서 트럼펫을 시작할 땐 그 악기를 헐값에 팔아버리고, 30만 원짜리 트럼펫을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트럼펫도 아주 싼 악기가 많습니다. 흔히들 관악기는 아주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중고 악기부터 찾아보면 20만 원 선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입을 거쳐온 관악이라면 좀 찝찝할 수 있을 텐데, 아무렴 어떻습니까. 저는 마음을 다르게 먹었습니다. 지금 야마하 트럼펫을 80만원으로 구매해서 잘할 수 있다고 맹세할 수 없었습니다.


학원비는요?

네, 독학하시려고요? 독학으로 정말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게 안되더라구요... 월 10~20정도의 수강료는 곧 잘 나가야 악기를 잘 다루는 느낌도 나고... 또 인터넷으로 강의 들어도 그자리에서 피드백이 없으니 답답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악기를 배우기 위해선 역시 직접 학원을 찾는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관리 문제로 연습을 게을리 할 수도 있습니다.

thumb.png 아... 기타를 다시 시작한다면 그냥 굳은 살을 만들고 존버할거예요 저는...

그건 그렇고 악기에 대한 부가적인 비용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피아노는 잘 모르겠으나, 통기타를 치면서 압박이 있었던 건 달마다 기타 줄을 갈아줘야 한다는 어느 기타리스트의 조언이었습니다. 저는 그 뒤로 달마다 2만 원씩 기타 줄을 사 가면서 갈았습니다. 연습은 물론 그만큼 하지 않았습니다. '난 이제부터, 기타 줄을 교체한 이 순간부터 열심히 칠 거야!'라고 다짐해놓고, 기타 줄을 교체한 뒤 맥이 빠져버려 내일부터 시작하고, 내일 시작한 그것도 한 시간의 연습시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트럼펫도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트럼펫은 총 세 개의 밸브가 있는데, 이 밸브를 부드럽게 해 주기 위해선 오일을 발라줘야 합니다. 각 관을 조종하는 슬라이드 부분에는 구리스를 특별히 발라줘야 하는데, 꾸준히 발라주지 않으면 딱딱하게 굳어 나중에는 수리점에 가서 따로 비용을 들이고 빼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악기 관리하면서 취미 하고, 음악도 하지 않느냐고요? 솔직히 상관없습니다.


결국 할 사람만 다시 제대로 다시 하게 되어 있습니다.

14325_32798_1159.jpg 영화 위플래쉬 한 장면

밸브 오일, 구리스, 기타 줄, 피크, 스트렙, 이런 부가적인 상품들이 악기를 연습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그저 연주에 몰입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조금 불편하면 어떤가요. 어차피 싸게 산 악기인데, 열심히 연습하다가 하자가 생기면. 그때 악기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관리하는 방향을 가지면 좋을 것입니다. 벌써부터 악기를 애지중지 다루느라 연습을 못한다면, 악기에게도, 연주를 하는 본인에게도 시간은 너무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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