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습을 위한 사람들의 연습실
천 다리 아래에서 연습한 적이 있습니다. 다 재즈 만화 때문입니다. '자이언트 블루'라는 만화는 재즈 콘서트를 우연히 접한 남자 주인공'다이'의 이야기인데요. 다이는 그 뒤로 덜컥 형에게 색소폰을 사달라고 하고, 연습할 공간이 없자 밖을 돌아다니며 연습에 몰두합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긍정적인 이 만화는 10권으로 그 전개가 9권쯤에서 급히 마무리되는 느낌이 있는데, 아무래도 재즈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 전개가 바닥을 보인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도 한 겨울에 트럼펫을 사서 소음 방지턱에서, 지하보도에서, ATM기기에서 연습을 했더랬습니다. 너무 한 곳에서 연습하면 민원이 들어올까 봐 장소를 바꿔가며 연습했습니다. 연습할 공간이 없다는 핑계를 무마하기 위한 발악이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불다 보니까 나가기도 새벽에 나가기도 너무 추웠고 귀찮아졌습니다.
기타 연습실, 피아노 교습소, 어딜 가나 있지 않나요? 한 번 문을 두드려보니, 연습실을 대여할 수 있었고, 대여 비용도 저렴했습니다. 이제껏 트럼펫은 트럼펫 관련된 연습실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연습실은 색소폰과 드럼을 배우는 학원인데, 트럼펫을 연습할 수 없겠냐고 물었고, 흔퀘히 연습실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주간 연습하다 보니, 오보에 연습생도, 아코디언 연습생도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들 이렇게 저 몰래 연습들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곳에 아지트가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