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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an 28. 2023

이기적인 엄마

속초여행  마지막 날,

4박 5일간 빌려 탔던 동생의 차를

터미널 근처 공터에 세워둔 채

4세 (그러나 아직25개월)

5세 (그러나 세상깨발랄)

8세 (앞가림 잘하는 형님)

세 아이와 함께 오른손엔 막내덩치만 한 캐리어를,

왼 손엔 남편에게 먹일 만석닭강정 박스끈을 소중히.

거기에 이중으로 막내의 손목을 꼭 부여잡고 

눈이 얼어서 온통 빙판투성이인 길로만 가려는

둘째를 향해 몇 초 간격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힘겹게 터미널을 향해 걸어갔다.


정말이지 속초 여행 중 최고난도 코스였다.

아이들에게도 안전을 가장한 나의 불안의 화살을 마구 쏘아대면서 여행의 끝을 엉망으로

물들이게 되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동생은 내 짐을 덜어주고자 최대한 터미널 가까운 곳에 자신의 차를 세워두고 조카들 데리고

조금만 걸어가게 하려는 배려였을 진데,

나는 그저 택시비 몇 푼 아끼자는 심산만

가득했을 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소탐대실.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엄마가 얼마나 어리석어 보였을는지.

남에게 배려하는 것의 중요성은

입 아프게 설파하면서 정작 내 아이들은

존중해주지 않는 엄마.

자신들이 연출한 상황도 아니고 그저 엄마가 계획한 길을 걷는 것뿐인데 왜 혼나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온몸에 긴장을 하고 엄마 눈치를 보며 빙판길을 걸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한 없이 미안하기만 할 뿐.


그래 어디,

아이들의 귀한 마음에 금 가게 하고

택시비 좀 아껴서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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