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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an 29. 2023

이기적인 엄마 2

아이들과 동해로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오전부터

집 앞 도로변이 시끌벅적하다.

우리 집은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는데

아이들이 놀 곳이 마땅치 않아 언덕 아래,

자동차, 버스, 트럭, 트랙터들이 오고 가는

도로변에서 온갖 놀이의 향연이 펼쳐진다.


물론 차들이 시시때때로 오가는 건 아니다.

저 논 너머에 더 넓은 대로가 있는데 그쪽으로도 차들이 다니고 있어서 그나마 우리 집 앞에서는 뛰놀만한 정도다. 초반에는 이런 상황이 마뜩잖아서 안쓰러움에 눈물이 나기도 했고 내가 직접 놀이터라도 만들어줄까도 싶고 별별 생각을 했으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의 오감과 몸을 조절해 가며 위험을 판별해서 신나게 뛰놀아주니 그저 감사하다. 어찌보면 뻔한 놀이터가 아니라 온 몸을 그야말로 '놀릴 수' 있어서 더 좋은 듯도 싶다.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이어지는 육아의 법칙이란.


동해로 여행가 있는 동안에는 해 뜨면 바다를 볼 수 있어 감격이었고 그런 바다와 어둑해지는 즈음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게 아쉬워서 어떻게 서든지 눈에 담아두려 발코니에 죽치고 있던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그곳이 그리워 죽겠다만,

세 아이들은 집이 그리웠던가 싶게 장난감 자동차를 부여잡고 언덕아래를 씽씽 달리느라 배가 고픈 줄도 모른다니. 그곳에서 나름 겨울바다 산책도 종종 했고, 박물관도 갔고, 다이소장난감도 얻어냈고, 집에 없는 티브이도 원 없이 봤으면서도 몸이 근질근질했던가보다.


내 보기엔 참 볼품없이 낡아빠진 바퀴 네 개 달린 저 붕붕카가 늬들에겐 귀소본능 자극하는 보물이었던 게로구나. 나는 어떻게 서든지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늬들은 이곳이 전부구나. 결국 또 나는 이기적으로 늬들을 끌고 여행을 떠난 거였던가... 하하하.

그렇지만 엄마 한 달에 한 번은 좀 이기적이고 싶어진다 얘들아. 의도적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나면 늬들을 바라보는 눈짓도 한결 동그래지고 그림책도 10권은 끄떡없이 읽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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