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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an 25. 2023

해를 보는 기쁨

해를 보는 기쁨                             <이해인>
해뜨기 전에
하늘이 먼저 붉게 물들면
그때부터
내 가슴은 뛰기 시작하지

바다 위로
둥근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살고 싶고 또 살고 싶고
웃고 싶고 또 웃고 싶고

슬픔의 어둠 속에 갇혀있던
어제의 내가 아님에
내가 놀라네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둥글고 둥근 해님
나의 삶을 갈수록
둥글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빛을 내는 해님
만나는 모든 이를
빛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7시30분쯤 등장한 바로 그 '해님'

어젯밤 잠들기 전부터 다음 날 만나게 될

그 '님'을 몹시 기대했다.

아이 셋과 온전히 함께 지내야 하는 여행일정이니

잠 못 자서 피곤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10시 전부터 이불을 폭 뒤집어쓰고

무조건 4시 반에는 일어나겠다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웬걸.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의식이 너무나도 기대된 나머지,

잠이 달아나버렸다.

화장실 한 번, 거실 한 번, 발코니 한 번,

창문들도 괜스레 한 번씩 열었다 닫았다,

17층에서 불어대는  스산한 바람소리와 코 앞 해변의 파도가 덮치는 소리에 정신이 자꾸만 번쩍 뜨였다.

어렵게 잠이 든 건 12시 즈음이었나 보다.

5시까지도 계속 잠을 뒤척인 것 같다.

알람소리에 확실하게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둘째가 깨버렸다. 헉!

그러면 안돼... 더 자도록 하렴..

간신히 둘째가 다시 깊은 잠에 빠진 걸 확인하고는 뱀처럼 스스슥 거실로 빠져나왔다.

마침 숙소에 원두분쇄기와 산미 가득 느껴지는 원두가 마련되어 있어서 커피를 내려서 발코니에 앉아 라디오를 틀었다.

아직 바다는 깜깜하다.

너무 일찍 일어났나.. 이따 낮에 피곤해서 애들한테 짜증내면 어쩌지.. 그러려고 일출을 기다리는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몰려왔다.

일단은 이 시간을 누려보자! 옷을 단단히 여미고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 수평선에

왼쪽부터 샛노랗게 그리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더 짙어지는 해자락이 펼쳐지고 있었다.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어젯밤 내가 왜 쉬이 잠들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커피 한잔을 더 내려서 돌아오면 해님의 색이 더 밝아지고, 막내가 깨서 안아서 데리고 나오면 더 밝아졌다. 점점 환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7시 30분경 완전한 해님이 동그란 자태를 뽐내며 나를 만나주러 나왔다.

더욱 절묘했던 것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해인 수녀님의 시였다.

바로 '해를 보는 기쁨'

나의 마음이 그대로 꼭꼭 담겨 표현된 시 같았다.

마치 내가 지은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

눈이 부신데도 자꾸만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희망적이어서가 아닐까.

해와 사랑에 빠져있을 무렵

큰아이가 깨서 거실로 나오더니 나만큼이나

감탄을 한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하는 어미.

둥근 해와 사랑에 빠진 나와 너 모두

둥근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좀 뾰족한 성질의 사람인지라

나와는 반대성질인 둥근 해를

열망하고 소망한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있는 동안만이라도 해를 많이 바라보면

좀 둥글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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