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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거북 Jan 24. 2023

집나온 에미

용감한엄마인가 무식한엄마인가

쓰고 싶은 마음이 육체의 버거움을 이기는가 보다. 하나 그렇게 쓰고 싶은 글쓰기라 한들,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못쓰겠는지라 그놈의 환경을 만들어줘보자 싶어 애셋을 이끌고 동해에 왔다. 실은 환경 따위 핑계인지도 모른다. '그냥' 바다 보면서 조용히 책 읽고 글 쓰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그 호사를 나 홀로 와서 누릴 수 있는 기회는 몇 년 간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고, 억지로라도 만들어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과 낯선 곳에서 감수해야 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떠안고서라도 새벽바다를 보고 싶었다. 대자연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종종 느껴왔기에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자신이랄까, 나와 함께 해주실 하나님도 계시니 내가 못할 일이 무엇일까 싶기도 했고. 낯선 곳이 주는 공기, 바람, 냄새, 사람소리가 그립기도 했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싶은 열망도 꽤 묵혀있던 듯싶다.


강원도를 택한 이유는 바다 인근에 동생이 살고 있어 차를 빌릴 수 있고 겨울바다를 내 글쓰기환경으로 설정하고 싶어서다. 남편은 일 때문에 집으로 돌려보내고 애셋을 이끌고는 마트에서 3일 치 식량을 간단히 장만해서 숙소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절로 탄성이 쏟아진다. 까짓 글을 못써도 좋겠다 싶게 나만을 위한 뽀얀 바다거품이 몰려드는구나.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니 내 걸음으로는 1분이면 가 닿을듯한 해변 앞에 옹기종기 집들이 야트막한 산 하나를 오른편에 낀 채 들어서있다. 강풍이 불어닥치는 영하의 기온이라 당장에 아이들과 겨울 해변을 소리치며 뛰어다니지는 못하겠다. 그저 넋 놓고 고층에 앉아 턱을 괴고 있을 뿐. 언제 내려가서 너를 안아줄까..


어수선한 내 집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파도가 때리는 소리는 계속 듣고 있자니 집에 갈 걱정도 어느새 옅어진다. 애셋과 시외버스를 타고 우리 집까지 가는 길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남편과 접선하기로 했기에 조금은 힘들거라 걱정이 되었던 것. 하지만 이 모든 경험 속에서 더 도전할 용기가 생기리라 믿는다. 애셋 데리고 다닐 용기말이다.

뭐 이젠 막내가 뛰어다니니 못 다닐 이유가 있나 싶다. 내일 새벽이 더 기대되는 설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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