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부터 지하철역까지 자차로 30분, 다시 청량리역까지 1시간, 거기서부터 itx를 타고 1시간이 걸려서 춘천을 간이유가있었다. 집에서 자차로 1시간 3~40분 걸리는 거리를 굳이 돌고돌아 걷고 갈아타면서까지 가려는 이유는오로지 2층기타를 타기 위함이었다.
몇달 전 ktx를 타본 뒤 기차에 더 관심을 보여온 아들에게 2층기차도 있다고 말해주니 타보고싶다 하였고 마침 나도 몸이 근질근질해서 함께 떠나기로 했던 것. 남편은 운전해서 가면 쉽고 편하고 빠르게 갈텐데 왜 굳이 춘천을 그렇게 가느냐고 했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다소 미련하고 답답해보이는 결정일 수 있다. 나도 그렇게가면 몸이 2배로 피곤한게 사실이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 부대껴가며 환승하고 또 춘천역에 내려서는 더 많은 불편함이 기다리고 있을게 뻔하니 말이다.
그래도 그래야만 했다. 아들과 나의 '주목적'은 오로지 2층기차타기였으니까(^^)'부목적'은 레일바이크였던걸 보면 이번 테마는 그저 기차였던가 싶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댓가는 생각보다컸다. 역에서 내려 가까운 자전거대여점에서 자전거를 한 대씩 빌려 강변을 끼고 한시간을 달렸다. 우리의 로망이었기에 그저 신날따름이었다. 그런데 너무 욕심을 냈나보다.
자전거를 타고 숙소까지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들이 조금 지쳐보였다. 춘천까지 오는 경로가 길었는데다가 자전거까지 탔으니 안피곤한게 이상하지. 내가 너무 시간없다는 이유로 코스를 여유롭게 짜지않은 탓이다.
한참을 기다려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내 고향이라 뭐든 자신있었는데 버스노선도가 다 바뀐지라 헷갈렸다. 그래도 어렵지않게 나 어릴적 살던 동네에 도착해 다니던 초등학교도 가보고 골목길도 걸으며 추억을 누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레일바이크까지 타고 다시 2층기차로, 또 지하철로, 다시 자차를 이용해 돌아온 우리의 피곤했던 여정.
불편하고 멀어도 아들이 원하는 그 무언가가 내 기준에서 실현불가능한게 아닌 이상, 함께 실천해보고 싶다.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를 따지기 전에 아이가 직접 느끼고 판단하게끔 해주고싶다. 돌아가는것이 더 느리다는 것을 7살아이가 어찌 알겠는가. 안다고 하더라도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2층기차를 탈 수만 있다면 그것뿐.
"나방이 별이나 혹은 그런 무언가에 제 의지를 쏟으려 했다면, 그건 이룰 수 없었을거야. 다만 나방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거지. 오로지 제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 제가 필요로 하는 것, 꼭 가져야 하는 것만 찾아.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는거지." <헤르만 헤세_데미안 중에서>
한눈팔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그것을 위해 나아가는 나방이 어린이들과 흡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 더 빛나는 것들이 있다해도 나방은 자신의 목표만 향해 가듯, 이 세대 어린이들도 어린시절의 습성을 보다 오래 간직하며 자라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