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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아이린 Aug 19. 2024

미로 속에서

 시 미로 속에서

조심하고 조심하며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다가

더운 날씨에 소홀히 했나 보다.


지난주 다녀온 곳들을 추적해 본다.

어디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까.

열이 38.2도까지 올랐다.

주말 동안 앓다가 월요일 병원에 가니

"이렇게 열이 높은데 힘들지 않았어요?"

"네 힘들어서 많이 잤어요."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였다.

나에게도 오는구나.

'식구들에게 옮기면 큰일인데

아픈 엄마도 있는데'

코로나는 목이 많이 아프다.

4일 치 약을 처방해 줘 챙겨 먹는데,

해열 진통제 약 기운이 떨어지면 목이 다시 아프다.

침을 삼키기가 힘들 정도로.


동생도 열이 났지만 다행히도 코로나가 아닌 감기다.

엄마도 열이 나기 시작한다.

해열제 타이레놀을 갈아서 키위와 함께 드렸다.

코로나 걸리고 일주일쯤 지나자 나는

회복이 많이 됐는데, 동생과 엄마는 기침과 콧물에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엄마가 요즘 소변 실수를 자주 한다.

어제는 세탁기를 여러 돌렸다.

기저귀를 해야 하는 때가 왔나 생각하니,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온 것 같아 씁쓸하다.


어제 엄마가 거실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바닥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바닥이 한강이다.

소변 마렵다는 의사표현만 해도 좋을 텐데...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엄마의 몸은 굳어 발은 한 발자국 떼기도 힘들다.

무게를 감당하며 있는 힘껏 부축해

화장실 입구에 간신히 도착한다.

힘에 부쳐 동생은 얼굴을 찡그린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나오는 푸념같은 표정.

동생의 파스 냄새가 귀를 때린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 속에 있는 것 같지만

희망의 빛은 있다.

지금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미로 속에서


미로 속을 걷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출구를 찾으려고

벽을 더듬었다

벽면에 손을 댔더니

벽돌이 무너진다


벽돌을 치우고

바닥을 딛고 일어섰지만

길은 보이지 않는다

벽은 등 뒤에서 그늘의

날개를 펼치고 따라온다

사방은 캄캄한 밤

그늘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을때

걸음을 멈추었다

양쪽에서 벽이 다가온다

양손으로 밀어낼수록  

더 가까워지는 벽과 벽

사이에 서 있다

고개 들어 저 멀리

희미한

빛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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