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외로움에 다가가는 법

by 책읽는아이린

고흐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외로움이다. 그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외로움과 함께 길을 걸으며 우리는 뭔가를 하기도 한다. 그는 어떻게 외로움에 다가갔을까?

지난 강의에서 고흐 작품과 그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강의와 찾아보았던 이야기로 그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어떻게 화가가 되었을까

고흐는 원래 미술상이었고, 선교사였다. 하지만 인간관계와 감정 문제로 일도, 사랑도 계속 어긋났다. 1880년, 브뤼셀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빈센트는 거기서 해부, 소묘, 원근법을 배우면서 그림의 길로 들어선다.

처음엔 석탄 광산촌에서 탄부들의 삶을 스케치했다. 이 시기의 고흐는 어둡고 무거운 색채, 노동자의 손과 눈을 중심으로 그렸다. <감자 먹는 사람들>이 유명하다. 노동자의 모습을 그리며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그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럼으로써 그 자신도 마음에 위로를 받았기를.



후원자 동생 테오

고흐는 동생 테오와 평생 6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테오는 경제적 후원자이면서, 정신적 지주였고, 그를 이해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고흐는 매번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림으로 너에게 보답하고 싶다.”
그림이 잘 팔리지 않아 미안했고, 그래서 더 열렬히, 폭풍처럼 그린 고흐.

외로움 속에서 유일한 빛인 테오에게 보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아를에서 고갱과 만남

1888년, 그는 화상이었던 동생 테오의 주선으로 남부 프랑스 아를로 간다. 고갱과 함께 두 달 동안 같이 살게 되는데, 갈등이 생겨나 다투고 그가 자신의 귀를 자른 사건이 일어난다.

햇살, 밀밭, 해바라기, 별이 총총한 밤하늘…

우리가 아는 강렬한 색채의 고흐는 이 시기에 폭발적으로 꽃울 피운다.


고흐가 그린 왼편 자신의 의자는 소박하고 단순하다. 또 따뜻하지만 쓸쓸하다. 반면, 오른편 고갱의 의자는 장식적이고, 책이 지적인 분위기를 전해 준다. 그린 시점의 낮과 밤의 대비 또한 뚜렷하다. 서로 사이를 좁히지 못한 거리가 느껴진다.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약은 그림

1889년, 그는 자발적으로 생레미 요양소에 들어간다. 하지만 붓을 놓지 않고, 그곳에서 그는 무려 15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별이 빛나는 밤》,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등.

고흐에게 그림은 치유였고, 고통 속에서도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오베르에서

1890년,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옮긴 고흐는 마지막 두 달 동안 70점이 넘는 그림을 그린다.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또 어딘가에 존재할 평화를 갈망했다

그의 마지막 그림 중 하나인《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넓고 텅 빈 밀밭 위에 어두운 까마귀 떼가 날아오르는 그림이다. 이건 고흐의 마지막 감정이 들어 있는 듯하다.

얼마 후, 그는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쏜다. 다른 사람이 쏘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며칠 뒤, 테오 품에서 세상을 떠난다.

그의 마지막 말은 “슬픔은 영원할 것이다.”였다. 그의 몸속에 계속 흐르던 외로움과 슬픔도 그와 함께 잠들었다.



그가 거장이 된 이유

그의 동생 테오도 6개월 뒤에 지병으로 형의 무덤 옆으로 간다. 얼마 후, 고흐의 제수씨가 서랍을 정리하다 두 형제 사이에 오갔던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발견한다. 정리해서 출판하며 고흐를 세상에 알린다. 그리고 테오의 아들 빈센트는 삼촌의 그림을 거의 팔지 않고 기증해서 지금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 둘의 기여가 크다.

고흐가 살아 있을 땐 단 한 점 밖에 그림이 팔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세상을 뒤흔드는 거장이 되었다. 그 이유는 그의 그림이 말해준다. 그의 그림에는 삶과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사랑한 마음이, 자신의 힘든 마음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던 마음이 들어 있다.

고흐는 그림을 통해 테오에게, 세상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랑했고, 견뎠다."

이 말에 한 문장이 스쳤다. “위대함은 견딤 속에 있다.”

고흐는 그림으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뎌나가고 있다.


나는 예술 작품을 접하며 그들이 하고자 했던 말을 생각한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때로는 치유를 경험하기도 하고 평안과 위안을 얻기도 한다. 방식만 다를 뿐 미술, 음악, 언어예술인 묺학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외로웠던 사람이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싶었고, 누구보다 사랑을 표현했지만, 그 마음이 자주 닿지 못했던 사람. 그래서인지 외로움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정직하고 선명했다

고흐는 늘 누군가를 기다렸다. 말이 통하는 누군가, 자신을 괴물로 보지 않을 누군가, 편지에 답을 주는 누군가를. 그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지만 —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기다리고 있었다.

노랗고 강렬한 해바라기로, 별빛의 나선으로, 까마귀가 나는 들판으로 그는 말했지만 듣는 사람이 없었다. 말할 수 없는 그림으로 말했기 때문에 더 외로웠다.


그의 외로움은 ‘관계의 결핍’이 아니라, 말이 닿지 않는 세계에서 계속 손을 뻗어야 하는 고통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그가 붓을 쥔 손보다, 편지지 위에 떨리던 손을 먼저 떠올린다.




외로움에 다가가는 법

-고흐


가장 푸른 것은 별이 아니라
편지였다


말을 걸어도 당신은 그림자처럼
천천히 젖는다


나는 해바라기를 그리지 않았다
너를 부른 것이다


어디로 가면 내 말이 닿을 수 있을까


귀를 잃으며 가장 붉은 것은

핏자국이 아니라
물감 끝에 매달린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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