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이 언제부터야?

by 책읽는아이린

유월 마지막주 목요일, 햇살과 구름이 적당히 어우러진 날이다. 무거웠던 습도가 낮아져 뽀송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갔다. 두 번째 강의는 '현대미술이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미술 관련 강사로 활동하고 학원을 운영하는 권순혜 선생님이 현대미술의 흐름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처음 스크린에서 본 두 작품이 인상적이다. 하나는 얼굴 없는 영국화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 다른 하나는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키치 아트 작품이다.

<풍선을 든 소녀>는 왼쪽에 어린 소녀가 팔을 뻗고 있고, 그녀의 손에서 붉은 하트 모양 풍선이 날아가고 있다. 그 풍선은 소녀의 희망, 사랑, 순수함을 상징한다고 해석된다.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이 작품의 프린트 버전이 낙찰된 직후, 그림 절반이 액자 속 파쇄기로 파쇄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그 이후 이름은 <사랑은 쓰레기통에>로 바뀌었다. 그는 벽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예술의 소비, 권력, 시스템을 비판하는 특유의 행위 예술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벽화로 표현한 그는 '전쟁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평화를 말하고 싶었으리라. 벽에 그림을 그려 쌓인 벌금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잡히지 않아 얼굴을 알 수 없다는 화가. 그럼에도 사회에 소리를 내는, 용기 있는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제프 쿤스는 현대 미술계에서 키치(Kitsch) 아트의 대표적인 인물로 불리며, ‘좋아 보이지만 싸구려 같은 것의 미학’을 그린 미국 작가이다. '키치 아트'란 저급하지만 매력적인 미술이다. 진부하거나 유치한 것들을 일부러 활용하기도 한다. 작가의 '예술이란 무겁지 않아도 된다'는 철학이 마음에 든다.


무거운 금속으로 만든 장난감, 이 강아지는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295억에 낙찰되었다. “너희가 사랑하는 건 결국, 반짝이고 쉬운 것들이잖아.”라고 말하는 작가. 작품에서 나는 내 취향과 내 안의 허영을 들여다보게 된다. 반짝이는 강아지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며 다시 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거리가 멀지만 그것은 예술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언제부터 현대미술이 시작되었나?

시대별 순서대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현대미술의 시작은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강사는 스타브 쿠르베(1819~1877)를 시작으로 잡았다.

자신에게 사실주의 화가라 이름 붙인 그는 "나는 본 적 없는 천사를 그릴 수 없다. 나는 시대를 그리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그가 종교적 이상, 고전적 신화, 낭만적 환상 대신 눈앞에 있는 현실, 민중, 노동자, 자신의 시대를 그리겠다는 강한 선언이었다. 그의 그림은 평범한 사람들을 화폭에 담은 것들이 많았다. 학교 서양 미술사 수업에서 기억에 남는 그림이 있다. <돌 깨는 사람들>(1849)이다. 두 명의 노동자가 고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그렸다. 찢어진 옷, 거친 손, 구부정한 자세를 세밀하게 묘사했는데 정말 그들의 힘듦이 전해지는 듯했다.

그는 '예술가의 역할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사회 문화에 소리 낼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먼저 보았던 화가 뱅크시가 겹친다.


현대미술로 변화한 원인

미술이 고전적 재현에서 벗어나 형식, 내용, 주제, 태도 모두를 전환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의 원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러 역사적, 철학적, 사회적, 기술적 변화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구체적인 원인을 알고 싶어 찾아보았다. 아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철학과 인식의 변화 – “절대는 없다”

- 칸트, 니체, 푸코 등 철학자들이 ‘진리’나 ‘보편성’의 개념을 흔들었다.

- 예술은 이상을 모방하는 것(미메시스)*이 아니라, 개인의 인식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 “나는 무엇을 보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고, 이는 주관, 감정, 무의식, 개념이 예술의 중심으로 이동하게 했다.


2. 기술 발전 – 사진과 기계, 더 이상 재현이 필요 없어짐

- 1839년 사진술(다 게레오타입)의 등장해서 "정확하게 그리는 것"의 기능을 사진이 대체하게 되었다.

- 인상주의 이후 회화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인상, 감정,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었고, 이후 영화, 디지털, 복제 기술 등도 예술의 존재 조건을 변화시켰다. 이는 “예술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시작됐다.


3. 역사와 사회의 격변 – 전쟁, 혁명, 자본주의

- 프랑스혁명(1789), 산업혁명, 세계대전, 도시화로 인간 존재 자체가 불안, 단절, 소외 속에 놓이게 된다.

- 미술도 고요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혼란, 폭력, 일상, 정치를 그리기 시작하며 다다이즘, 표현주의, 사회참여 미술의 등장했다.


4. 제국주의와 이문화 – 낯선 미감의 유입

- 일본의 우키요에(서민 생활을 기초로 한 목판화), 아프리카 원시 조각 등 비서구 문화가 서양에 유입되었다. 이는 피카소의 입체파, 마티스의 색면화 등이 탄생하게 된다.

- "아름다움은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각을 하게 되며 추상화, 상징화, 기호화로 확장되었다.


5. 예술 내부의 자기 해체 – 권위에 대한 도전

- 예술의 기능, 재료, 제도, 작가의 위치까지 모두가 의심 대상이 됨

-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올리며 선언: “예술은 작가가 예술이라 선언할 때 성립된다.”

이로써 개념미술, 설치미술, 키치, 퍼포먼스 등 형식을 깨뜨리는 미술들이 등장했다.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미술은 '보여주기 위한 미술’에서 ‘생각하게 하는 미술’로 변했다. 예술은 더 이상 재현하지 않고 우리에게 뭔가를 묻는다. 현대미술은 철학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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