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 글 그림,우미경 옮김,시공주니어,2017)
'이듬해 봄이 왔고,
온 마을에는 루핀 꽃이 가득했어요’
처음 이 책을 만난 것은 도서관 독서토론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려니 생각하며 책장을 펼쳤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내 마음은 고요한 물결에 닿은 듯 흔들렸다. 『미스 럼피우스』는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동화인 동시에, 어른에게 보내는 편지 같았다.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라는, 다정한 권유였다.
미스 럼피우스는 바닷가에서 예술가였던 할아버지와 지내며, 언젠가 세상을 여행하고 바닷가에 집을 짓겠다고 꿈꾸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것도 좋지. 하지만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단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그녀는 도서관에서 일하다가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갔다. 긴 여행 끝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정원에 뿌렸던 루핀 꽃씨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언덕에 꽃으로 피어난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발견했다. 아름다움은 바람을 타고 퍼져가는 것임을. 그 여름 내내 그녀는 주머니 가득 채운 꽃씨를 들판과 언덕을 돌아다니며 뿌렸다. 이듬해 봄, 마을은 근사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책을 덮고 나눈 토론 속에서, 각자의 시선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따뜻하게 이어졌다. 어떤 이는 그림의 색감과 구도를 이야기했고, 또 어떤 이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을 남기고 싶다고. 한 회원은 미스 럼피우스처럼 어머니가 시골에서 꽃씨를 뿌리며 마을을 가꾸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성껏 한다면, 그 마음이 씨앗이 되어 퍼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지금, 어떤 씨앗을 뿌리며 살고 있을까. 미스 럼피우스가 꽃씨를 흩뿌리며 마을을 물들였듯, 나는 오늘도 한 줄 한 줄 글을 써 내려간다. 아직은 작고 보잘것없을지라도, 이 글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씨앗이면 좋겠다.
훗날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나만의 작은 씨앗을 조심스레 뿌려본다. 지금은 흙 속에 잠든 씨앗 같은 글자들이지만, 언젠가 꽃잎을 틔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뿌린 씨앗들이 피워 올릴 색채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