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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어, 뭐래~"

존중, 말보다 행동으로

by 하리

강사 대기실에 앉아 있던 나에게 그는 "봉사하면 돈을 받나요?"를 물었다.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물었다.

"돈을 받나요? 교육청에 소속된 단체라면 봉급을 받는다는 말인가요?"

분명 재능기부라고 했고, 봉사의 무보수성을 설명했건만 무례하게도 거듭 물었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으나, 강사대기실로 쓰고 있는 학년 연구실은 해당 학교 교사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며, 나 또한 다른데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하는 말을 듣기만 해야 겠다~'고 체념하고 있었다.

굳이 나이까지 밝힌 그는 체육 선생인데 교사로서 회의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고 늘어 놓았다. 처음 보는 나에게 그것도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들 뒷담화를 하고 있으며, 나는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상황이 많이 불편했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그는 끝내 며칠 전에 겪은 일까지 얘기하기에 이르렀다.

"수업 시간에 스포츠 규칙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몇명이 나란히 한 줄로 서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줄 설 생각은 하지 않고 "어이없어"라고 하는 거예요. 말이 되냐구요." 아, 어쩐다.

TMI 대 방출. 정말 많이 불편했다. 그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다가 차라리 교실에 일찍 들어가야 겠다 싶어서

"수업 시간이 다 되어서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랬더니

"어딘지, 거기까지 가면서 이야기해 드릴게요~"

아놔, 이야기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요~ 라고 말했었야 하는데, 나란히 복도를 걸으며 그 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뒷담화에 동참을 하게 되었다. 그의 tmi는 내가 들어가야 하는 교실 문 앞에서 멈추었다.

"힘 내세요~"말하고 나는 얼른 돌아섰다.


그 학교에는 그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게 분명하다. 아이들과의 교감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며, 교사인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가 그를 지배하는한 그는 일상이 행복하지 못하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안쓰럽기는 했다.


교육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불쾌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자연스럽게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담임을 꼰대라고 불렀고, 잔소리로 우리를 통제하려고 하면 시대에 뒤처진 소통 안되는 어른 쯤으로 치부해 버리곤 했다. 우리에게 웃어주고, 농담도 잘 해주고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는 선생님만 좋은 어른이었다. 그럼에도 존경스러운 선생님 한분 쯤은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교사라면 아이들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학교 다닐 맛이 나지 않을까?


한편 툭하면 "그럴 수 있지요" "그게 뭐 어때서요?"와 같은 말을 거듭하는 아이들이 있다. 약속을 어기고서, 규칙을 무시하고도,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그럴 수 있지요"를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 마음 좋은 사람으로 생각이라도 되는 걸까? 이런 아이들의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행동은 구성원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어쩌면 그 교사도 이러한 아이들의 책임감없는 말로 상처를 많이 받은듯 하다. 과연 이런 건 누가 가르쳤을까? 자기만 잘하면 된다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는 걸까?

선생님에게 공경은 커녕 존중감도 없는 아이들에게서 교사들은 상처를 받을 것이다. 또 아이들을 싸잡아서 "요즘 애들은 다 저래"로 치부하는 교사들의 말에 기분 상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모두 상대에 대한 존중감의 부재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앞에서 말로 하는 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통해 아이들이 배운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존경한다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리 잔소리가 많았다거나 훈육을 많이 했던 기억은 없다. 그 분의 차분한 말투나 행동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교사라면 학생들의 언행에 문제를 삼기 이전에 먼저 학생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오늘부터 나도^^

"좀더 무거운 입, 좀더 신중한 행동으로"를 다짐을 해본다. 이 다짐이 행동으로 옮겨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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