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중학교 때에는 새벽까지 공부하고 싶었다. 잠이 많은 나에게 새벽까지 공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새벽까지 공부하고 싶었던 나는 10시쯤 잠이 오면 '10분만 자야지'라는 마음으로 불을 끄지도 않고 이불 위에 살포시 누웠다. 그런데 내 욕심과 달리 나는 10분 후에 일어나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눈을 떴다. 새벽까지 공부하긴커녕 불을 켜고 잠이 들어 잠도 시원찮게 자게 된 것이다.
나의 이런 욕심을 사실 10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에는 잠이 많아 늘 저녁부터 잠깐 자고 일어나서 공부하자는 마음이었다. 새벽까지 공부하려면 지금 잠시 자두는 게 필요하다는 셀프 합리화로 10시쯤 잠들었고 알람이 울려도 잠을 이기지 못해 알람을 끈 채 아침까지 잠들었다. 이른 저녁부터 잠들어서 오히려 공부를 아예 못하고 아침까지 잠만 자게 되는 것이다. 다음날이 되면 또다시 어제 잠들어서 못한 공부를 오늘 새벽까지 몰아서 해야지 라는 욕심으로 초저녁부터 눈을 감고 아침에 뜨고 만다. 욕심만큼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잠만 많이 자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잠과 공부 욕심의 비례하는 관계 속에서 나는 늘 욕심만큼 잠을 줄이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10대를 마무리하였다. 20대가 돼서도 나의 잠과 욕심은 비례했고 나는 그게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미처 몰랐다. 나는 늘 일어나야 할 시간부터 일찍 알람을 맞춘 채 잠들었고 이른 시간부터 알람이 울리면 10분 단위로 울리게 한채 막상 지각을 간신히 면할 시간이 돼서야 눈을 떴다. 일어나려고 다짐한 1시간 전에 일어나지 못하고 1시간 전부터 10분 단위로 알람이 울리는 동안 선잠을 자서 오히려 피곤함을 안고 일어나곤 했다. 그러니 내 욕심은 나를 제대로 잠에 들게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 활기차게 살게 하지도 못하였다.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고 생산성 있게 살아야 한다는 나의 욕심은 오히려 뭔가 해보기도 전에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일찍 일어나서 혹은 더 늦게까지 해서 무언가를 이뤄야지 하는 마음의 부담감을 갖고 살았다. 주말에도 뭔가 가만히 빈둥거리는 것이 불편했다. 이 귀한 시간에 약속을 잡고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책을 보거나 혹은 운동을 하거나 뭔가 생산적인 일로 주말을 채워야만 잘 살고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 속에서 뒤처진다는 불안감 말이다. 그렇다고 막상 일어나서 뭔가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쉬고 있지만 피곤함을 덜어내지 못한 채. 그렇게 나는 마음만큼은 맥시멀 리스트로 살았다. 마음으로는 뭐든 다 해야 할 것 같고 바쁘게 살아서 내 시간을 온전히 가득 채워 사는 맥시멀 리스트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에는 가방에 책과 노트북을 가득 넣고 근처 카페에 나가도 봤다. 그러나 막상 카페까지 가서도 책도 노트북도 꺼내지 않고 핸드폰만 하다 오기도 했다. 무거운 가방으로 어깨만 고생시킨 채 나는 오늘도 한 것 없이 지나갔다는 죄책감을 쌓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게 어때서? 그 시간 쉬면서 음악도 듣고 멍도 때리고 재밌는 유튜브도 보면서 즐거웠으면 되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최근까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니 쉬고는 있는데 피곤함은 가시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욕심만 많은 맥시멀 리스트로 살아보니 이제는 마음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리기 아깝지만 근래 사용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미니멀리즘처럼 마음에도 최소한으로 할 것만 생각하고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것저것 하려는 욕심을 비울수록 더 많은 일을 해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어나기 직전에만 알람을 맞추고 주말에는 공백으로 두면서 가볍게 쉬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