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었던 회사의 최종면접까지 보고 난 후에는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핸드폰을 쥐고 살게 된다. 메일함을 수시로 들어가 보고 연락이 올 인사팀의 연락처를 저장하고 그 연락만 기다리게 된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다른 걸 준비하기도 그렇다고 여유를 가지고 쉬고 있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결과에 따라 이후 내가 해야 할 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합격하여 시원하게 현 직장을 퇴사를 할지, 아니면 회사에 남아서 계속 이직 준비를 이어갈지 말이다.
1달간 면접 2차례를 보고 합격 후에 마지막으로 본 최종면접이었기에 오로지 다른 회사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 회사의 면접만을 위해 1달을 살았다. 해당 회사를 샅샅이 공부했고 현직자를 만나 조언도 구했고 예상 질문을 모두 정리하여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모두 다했다고 자부했다.
그렇게 면접을 보는 날, 내가 준비한 것을 모두 풀어냈다. 날카로운 면접관의 질문에 열심히 나의 논리로 방어했다. 그렇게 치열한 면접이 끝날 때쯤 면접관은 내게 물었다.
"앨리님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죠?"
"아.. 음.. 열심히 했습니다."
"공부 잘했을 것 같아요. 뭘 하던 열정적으로 했을 것 같아요. 앨리님 면접 보면서 제가 오히려 배웠어요. 다만 열정 관리를 앞으로도 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열정을 다하다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요. 여자 선배들을 보면 열정적으로 일하다 번아웃이 와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돌아서기도 하는 걸 몇 번 봤어요. 그런데 저는 앨리님 같은 분이 오래 일하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면접관 면접도 잘 보고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우와..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날카롭게 파고들던 면접관은 마지막 순간 사회에 먼저 나온 여자 선배로서 나의 열정을 칭찬하고 응원해주었다. 지금껏 이런 조언을 다른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었을까. 진심 어린 면접관의 조언에 나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면접에 붙던 떨어지던 나는 앞으로 사회생활에 지칠 때마다 꺼내들을 조언을 얻었으니 이번 면접에 여한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면접도 무사히(?) 마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사실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기다렸다. 김칫국을 홀라당 마시고.
그렇게 최종면접을 보고 이틀 뒤에 해당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합격이니 전화가 왔겠구나 라는 기대감에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앨리입니다.
"네 앨리님 안녕하세요. 00 인사팀입니다." (다소 침체된 목소리 톤으로)
"네! 안녕하세요!!"
"아쉽게도 이번 채용에서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되셨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도 컸다. 그리고 그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퇴근하자마자 초저녁부터 침대에 누워서 현실을 도피하고자 잠을 청했다. 깨어 있으면 실망감과 좌절감이 나를 괴롭혔기에 잠들어서 잊고 싶었다. 한숨 자고 나면 그래도 날 힘들게 했던 아픔도 기억도 조금은 멀어지니 말이다. 그렇게 상황과 감정에서 조금 시간을 두고 멀어지면 그래도 조금 객관적으로 상황이 보이니 잠을 자며 최종 면접 탈락에만 몰입된 감정에서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자 나는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합격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니 다른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아쉬운 대답들도 있었다. 미쳐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억지로 꾸며낸 것들이 면접관 눈에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에 다시 심기일전하여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불합격의 아픔을 털어내고 나는 구직사이트를 매일같이 들락거리며 서류지원부터 다시 시작을 하게 되었다. 비록 면접에 떨어졌지만 한 면접관에게 들은 조언과 칭찬은 내게 힘을 주었고 이번 면접 경험을 토대로 다른 면접에 대한 준비도 되었으니 이번 면접을 통해 얻은 것도 많았다. 얻지 못한 것에만 집중하면 나아갈 수 없다. 실패, 탈락에서도 얻은 것을 찾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나는 탈락에도 다시 일어설 준비를 했다.
취업난의 시대에 살고 있는 2030 중에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는 쓰라린 경험이 없는 구직자가 있을까. 사실 최종 면접은커녕 서류 합격조차 힘겨워 서류 합격만으로도 들떴던 적도 있었으니 최종 면접까지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턱 앞까지 왔으니 다음 기회에는 문턱을 부시고 들어가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자. 식상하게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긍정적인 자세는 어쩌면 실패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지난 일에 아쉬워하며 매몰되어 있기에 우리의 젊음은 너무 귀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