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면접관을 고민하게 만들지 말자.

by 북극곰

"회사는 애매한 사람은 뽑지 않아요. 긴가 민가한 사람한테는 돈을 쓰지 않죠. 확신이 가는 사람에게 돈을 투자하죠."


취준생 시절 면접을 연습할 때, 면접 코치를 해주셨던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첫 취업을 준비하던 취준생 입장에게는 감명 깊은 말이었다. 그리고 이 말을 나는 직장인이 되고 더 크게 공감하였다. 신입사원인 나는 월급은 받고 있지만 3년 차까지는 회사에 내가 받는 만큼 돈을 벌어주는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의 입사 이후 3년까지는 회사가 나에게 돈을 쓰고 있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아도 적어도 2년은 훈련시키고 가르치며 투자해야 하는데 우리 회사를 쭉 다니면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면 뽑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나는 이직 면접에서도 단순히 이력서에 거짓이 없는 지원자, 괜찮은 지원자가 아니라 '저 지원자는 일 잘하겠다.', ‘저 지원자가 우리가 찾던 사람이다!’ 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면접을 준비하였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회사에서는 지원자의 잠재능력을 본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지원자의 다른 경험을 빗대어 보면서 잠재능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반면, 경력자를 뽑을 때 회사에서는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본다. 뭔가 엣지 있고 통통 튀는 미래 먹거리 같은 거 말고 현재 해당 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러니 가시적인 성과, 현재 업계 비즈니스 트렌드를 토대로 내가 지금 당장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확신시켜야 한다.


그렇게 경력자는 눈에 보이는 성과, 직접 경험하고 봐 온 업계 흐름을 바탕으로 면접 시간 내 면접관을 완벽하게 사로잡아야 한다. '흠 나쁘진 않은데 남은 지원자 면접보고 결정해야지.'라는 반응이 아니라 '이 친구는 꼭 뽑아야겠다.'라는 확신으로 밀이다. 이효리의 10 minutes처럼 구직자의 1 hour는 그렇게 입사를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면접을 진행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면접관의 시간이 많이 투여되고 채워야 할 자리의 공백은 길어진다. 그래서 확신이 드는 지원자를 만나면 바로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할 것이다. 내가 면접을 볼 때, 합격 연락은 당일 혹은 그다음 날 빠르게 왔지만 불합격 연락은 빠르면 이틀 뒤, 일주일 뒤, 감감무소식 이렇게 늘어졌다. 그만큼 경력직의 면접 결과는 사실 면접이 끝나서가 아니라 면접 보는 그 시간 이루어지는 것이다. 면접이 끝나고 통보 전까지의 시간은 보스 (상위 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하는 시간일 것이다.



면접은 확신을 심어주는 시간.

면접관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구직자의 대답은 '구체적인 답변'이다. 면접관이 면접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던지는 대부분의 면접 질문은 답이 없다. 답이 없기 때문에 면접 질문도 두리뭉실하다.


자기소개해보세요.

어떤 일을 해왔죠?

장점이 뭐예요?

왜 우리 회사를 지원했나요?

A, B가 있다면 뭘 선택할 거예요?

C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거예요?

꿈이 뭐예요?


위에 질문들은 정답을 찾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답을 도출해낸 구직자의 경험과 소신(주관)을 보려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두리뭉실한 질문을 면접자도 두리뭉실하게 대답하면 면접관은 애매한 면접자를 포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만의 색깔을 더해 두리뭉실한 질문을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한다. 그래서 면접관들의 머릿속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명확하게 그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면접 질문은 3가지 질문 유형이다.

무엇을 (what), 어떻게 (how), 왜(why),

그래서 그 결과 어떠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아래 내가 이직 면접을 보면서 받았던 질문들이다.


"자~ 그럼 자기소개해주세요."


"저는 000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맡고 있으며 00팀에 현재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5년간 근무를 하면서 총 3번의 부서를 경험하면서 00 업계에서 00,00,00을 모두 경험하였습니다. 여러 부서를 이동하며 저는 매년 부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왔습니다. 첫 번째 부서에서는 유일하게 성장 전환한 팀이었고 두 번째 부서에서는 가장 빠르게 영업이익 15% 성장시켜 기네스 매출상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 부서에서는 연간 200% 성장하며 전사에 귀감이 되는 실적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저는 늘 새로운 과업 속에서도 성장을 위해 도전하고 성과를 내왔습니다."


"장점이 뭐예요?"


"제 장점은 집요함입니다. 안 되는 걸 안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노력합니다. 실제로 제가 일할 때, 000 업체가 있었습니다. 000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비협조적이었습니다. 그 업체를 ~~~~~게 하여 첫 시작을 하게 만들었고 ~~~~~~ 결과가 나오면서 지금은 그 어느 거래 업체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000 업체뿐만 아니라 000,000, XXX 업체까지 집요하게 설득하고 협업하며 영업 폭을 넓혔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은데 어떻게 온라인에게 판매하면 좋을까요?"


"최근 인지도가 낮은 화장품을 판매할 때, 대용량 샘플을 배송비만 내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혹은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본품과 작은 샘플을 함께 주어 샘플을 먼저 사용하시고 맘에 안 들면 무료로 본품은 반품을 받아주는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인지도 낮은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낮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꿈이 뭐예요?"


"향후 제 사업을 하는 게 꿈입니다. 온라인으로 브랜드 론칭부터 마케팅, 유통까지 하는 사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향후 리테일은 D2C 비즈니스가 점차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키도 아마존과 타 오프라인 유통사에서 나와 자체 온, 오프라인 유통업에 집중하는 것처럼 자사몰을 만들고 마케팅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는 내가 받은 질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성껏 대답했다. 그들을 설득하려는 무기는 내 경험이었고 내가 공부해온 업계 트렌드였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들이 필요한 역량을 갖춘 나를 칭찬해주었다.


"면접을 보다 보면 이 지원자가 진짜 일을 해왔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앨리님은 진짜 일을 해본 사람이군요. 두리뭉실하게 대답하는 거 질색인데 구체적으로 말해줘서 너무 좋네요!"


면접관은 면접이 끝나갈 때 내 앞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며 오히려 내게 회사와 팀에 대해 어필했다. 그렇게 나는 면접 한 시간 동안 면접관이 내게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면접에 확신을 주기 위한 나만의 무기인 구체적인 경험과 업계 트렌드에 대한 지식까지 준비해서 가면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자신감이 있었기에 나를 꾸며내기 위해 두리뭉실하게 대답하지 않을 수 있었고 과장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나는 퇴사를 다짐하고 3개월 뒤에 두 군데의 회사로부터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면접 합격은 면접관 전에 내가 먼저 그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내가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면접관도 내가 적합한 지원자라고 확신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그러니 긴 구직활동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고 확신하는 것이다.


될 놈은 된다고. 나는 될 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