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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Dec 23. 2021

워라밸이 좋아지면 생기는 변화들

올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나의 워라밸은 정말 끝내주게 좋았다. 회사 일을 하기 위해 고정된 나의 시간은 9시부터 6시였고 그 외 시간은 온전히 나의 개인 시간이었다. 되돌아보면 지난 5년간 이전 직장에서는 평균 10시간은 근무했고 통근시간을 포함하면 13시간은 회사에 쏟아야 했다. 때로 한두 시간만 더 야근을 해도 나는 거의 15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곤 했다. 출퇴근하고 나면 씻고 잠들기 전 잠깐 핸드폰 할 시간을 빼고 나면 다음날이 와있었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나니 내 하루는 회사로 시작해서 회사로 끝났다. 그래서 하루는 회사가 일찍 끝났거나 주말에 나만의 시간이 생겨도 딱히 뭘 해야 할지 몰라 침대에서 빈둥거리기만 했다. 워커홀릭이었던 내 삶에서 회사를 제외한 의미 있는 시간은 '0'이었다. 그러다 만난 꿀 같은 워라밸은 정말이지 신세계였다. 이렇게 올해 극강의 워라밸로 정말 8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유가 되는 몸을 경험하니 삶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워라밸을 통해 얻은 나의 변화들을 토대로 워라밸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가치인지 세상에 전하고 싶다.



1) 매일 꾸준하게 책을 읽었다.

    359시간 독서를 하였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핸드폰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시간이 나면 책을 읽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워커홀릭일 때도 최대한 주말이면 서점에서 책을  권씩은 읽곤 했지만 매일같이 책을 보진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책에 집중할 만큼의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을 때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워라밸이 생기니 나는 이전보다 남는 시간이 생겼고  시간에  부담 없이   있는 취미활동이 필요했다. 누구나 부담없이 손쉽게 시작할  있는 취미생활은 독서였다.  해야 할지 모를 ,  하고 싶은지도 모를 , 독서를 하면서 나를 알아갔고 세상을 알아갔다. 그렇게 올해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내가 깨달은 ,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핑계가 아니라는 거다. ( 기준에서는) 워라밸이 좋아지고 시간이 많아지니  많은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고 책을 읽다 보니  재밌어서  많이 읽으려는 욕심도 생겼다. 일에 치여 살며 1~2주에  권을 읽다가 워라밸의 호수 속에서 뒹뒹 떠서 2~3일에  권을 읽으니  실용적인 책만 찾지 않고 재미를 위한 혹은 지금 궁금한 주제에 대한 책도 주저 없이 찾아읽었다. 이렇게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내가 흥미를 느끼는 책들을   있었고  덕분에  독서를 즐길  있었다. 그러니 워라밸이 내가   번째 선물은 '독서'였다.   



2) 새로운 일을 실행하게 만든다.

워라밸이 생기니 퇴근 후에 또 다른 일이나 공부를 할 에너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늘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도 준다. 그래서 업무가 끝나고 나면 나는 일과는 무관한 새로운 일을 기획해서 실행하곤 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은 온라인 판매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만 하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첫 달 매출 1백만 원을 만들어보았다. 소소한 재미로 시작했기에 그 정도 수준에서 만족했지만 맘먹고 임하면 더 큰 매출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두 번째로 다이어리에 늘 To-do-list로 적어만 두고 미루던 원서 읽기에 도전했다. 혼자서 원서를 읽어도 늘 끝까지 꾸준하게 읽지 못했다. 그랬기에 쉬운 주제의 책들만 읽었는데 이번에는 마음먹고 꽤나 두꺼운 경영서적을 골랐다. 그리고 혼자 읽다가 멈출 것을 대비하여 주 1회 원서를 읽고 대화하는 원서 스터디 모임도 만들었다. 그렇게 매주 함께 읽으니 동기부여가 되어 4개월 만에 원서를 모두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아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일들을 막상 실행해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 시간에 쫓겨 살았다면 아마 실행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실행하지 못했다면 자신감도 얻지 못했을 거다. 또 회사 외의 생활에서 나의 모습도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3) 친분을 쌓을 여유가 생겼다.

회사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을 때면 동료들과 친분을 쌓을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 어서 일을 끝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조급함에 공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벽을 쌓았다. 동료들을 일을 통해 만난 사람이라고 여기고 일이 아니면 굳이 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기보다 그저 일이 많고 바쁘니 누군가를 진심으로 알아가고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거 같다. 그러나 일에 여유가 생기면서 동료들과 사소한 농담도 하고 친분을 쌓을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내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늘 회사 사람은 회사에서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이번에 워라밸을 통해 동료들과 농담도 하고 업무 외적으로도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겪으면서 동료들은 다각도로 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있게 동료들을 알아가면서 단순히 회사에서의 모습이 그 사람을 모두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회사에서 일은 적당히 하면서 재테크나 다른 부캐에 더 열중하는 사람도 있고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도 있고 가정적인 사람도 있었다. 일 외에도 다양한 모습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었고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겼다. 당장 업무적으로 엮이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을 회사라는 공동체 속에서 알아가는 것도 회사원이 누릴 수 있는 인프라라는 걸.

 


그동안 회사에서 쏟아지는 일을 해치우느라 끌려다니며 일벌레로 살다가 워라밸을 경험하니 삶이 꽤나 다채로워졌다. 워라밸이 주는 선물은 단순히 시간이 아니었다. 해야만 하는 일들, 주어진 일들이 아닌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주도적인 삶, 그게 바로 워라밸의 삶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이 되어도 고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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