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극곰 Nov 26. 2021

마흔이 되어도 고민하겠지만.

올해 서른이었던 나의  해는 어두운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6년차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가 앞으로도 계속  일을 했을  어떤 전문성을 가질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커녕  회사를 나가면 백수가 되는 잠재적 실업자는 아닌지 불안하기만 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25 때도 그랬고 서른인 올해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만 같았다. 나이는 드는데 내가 하는 고민은 멈춰있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도 25살 때는 회사를 바꾸면 고민이 풀릴 줄 알았는데, 이직을 한 30살에도 나의 진로 고민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서른 쯤되면 나의 진로는 확정되어 있고 진로 고민 따위는 끝나는 줄 알았다. 그랬기에 서른이 되어도, 이직을 해도 이어지는 진로 고민은 나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언제까지 나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 안에서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런 고민 끝에 올해 하반기에는 결국 직무를 변경하며 새로운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작년에 이직을 하고 난 뒤에도 몇 개월간 당장 눈앞에 새로운 일에 적응하면 진로 고민이 풀릴 줄 알았기에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진로 고민을 멈추고 이 일을 배우며 커리어를 쌓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예전의 나처럼 언제가 나는 또 진로를 고민하는 순간을 만날 거다.



그럼에도 이제는 그 순간이 두렵지 않다. 서른이면 끝날 줄 알았던 진로 고민을 여전히 하면서 느낀 건 어쩌면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할까?'라는 진로 고민은 인생을 사는 내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거였다. 당장 손안에 작은 후레시를 얻어 코앞에 몇 년은 걸어가야 할 어두운 터널을 비춰보며 길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 후레시의 수명은 영원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인생 전체를 비춰줄 만큼 성능이 좋지도 않을 테니 또다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진로 고민은 사는 동안 이어질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어쩌면 마흔이 되어도 나의 고민은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그 고민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확실할 수 없었던 갓 스물이었던 내가, 어떤 커리어 패스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던 서른이 된 내가 했던 고민보다는 훨씬 더 방향성이 가진 고민이라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살면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고민들은 모두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만들고 성장시켜준 고민들이 아닌가 싶다. 직업이라는 게 막연하기만 했던 스물에 했던 고민으로 서른에는 좀 더 내게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서른에 하고 있는 고민이 조금 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안정적인 옷을 입게 도와주지 않을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고민이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