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표적이 되지 말자.

직장인 괴롭힘은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요.

by 북극곰

지점장님과의 회의시간은 꽤나 살벌했다.

회의 (會議) [명사] 1. 여럿이 모여 의논함. 또는 그런 모임.

회의라는 단어가 가진 뜻과는 무색하게 주간회의 시간이 우리에게는 공포의 공개사형 시간이었다. 아무리 후하게 생각해보려 해도 우리의 회의시간은 서로의 생각과 업무를 나누고 의논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주간에 한 업무와 결과물을 말하고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최고지도자인 지점장님의 평가를 받는 시간이었다. 그 회의시간 표적이 되는 누군가 주간업무를 말하고 나면 지점장님의 살벌한 공격이 시작된다.


"왜 그렇게 했는데요?"

"그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그렇게 하면 매출이 오르나요?"

"그렇게 해서 매출 나온 곳이 있나요?"

"매출이 안 오르면 어떻게 할 건데요?"

"여기서 하는 일이 그거에요?"

"회사 왜 다니세요?"


한마디 하면 열 마디의 질문으로 연쇄 공격당하고 피를 철철 흘리며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라는 말을 외쳐야만 끝나는 시간이었다. 리더라면 응당 해야 할 질문이지만 지점장님의 질문은 질문이 아닌 공격이었다. '너 어디 한번 말해봐.' '그렇게 하면 된다고? 웃기시네.' 하는 평가와 조롱과 비난이 가득한 어조였다. 한 번은 주표적이 되신 팀장님이 속사포 랩 공격에 말문이 막혀 회의시간에 1분간 정적이 흐른 적이 있다. 그러자 지점장님은 앙칼지게 침묵을 깨부수었다.


"지금 다들 기다리는데 뭐하세요?"

"바로바로 대답해주세요."

또다시 속사포랩으로 물음표 공격을 멈추지 않으셨다.


이렇게 회의시간마다 누군가 한 명은 표적이 되어 공개처형을 당한다. 그리고 한 명의 처형이 끝나면 처형을 주관한 지점장님도 그 공개 처형식을 보고 있던 관중도 지쳐서 회의는 자연스럽게 끝이 난다. 그러니 회의 시작 전에 우리는 각자의 건투를 빈다.


'부디 내가 표적이 되지 않길. 무사히 회의를 마치길.'

기도를 올리고 회의에 들어간다.


한번 표적이 되면 꽤 오래간다. 적어도 한두 달 혹은 그 이상. 그러니 표적이 되면 최소 한두 달 이상은 지점장의 끊임없는 공격과 학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 그녀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어필해야 한다.


지점장님의 노여움이 풀릴 때까지 납작 엎드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그녀의 공격과 학대에 반항하는 순간, 책상을 비워야 했다. 2명이나 가족들과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발령이 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절대군주가 되었다.


사실 표적이 되지 않고는 표적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표적이 된 사람이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보다도 나는 생존했다는 안도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점장님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 동료의 감정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하루하루 긴장해야 하는 서바이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점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모두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각자 생존을 위해 노력할 뿐 옆 사람, 후배, 선배의 어려움이나 곤경을 다독여줄 여유가 없었다. 절대군주의 살벌한 공포정치 앞에서는 동료애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오늘의 표적이 내일의 표적이 아니었기에 다음번에는 누가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할지를 예측하기 바빴다.


그리고 얼마 뒤 표적은 내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3년이라는 직장생활 중 가장 지옥같은 괴롭힘의 시간을 보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