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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Jul 18. 2023

멀티태스킹 금지법

전 요새 소설을 엄청 읽고 있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갑자기 저도 소설이 쓰고 싶어져서 어제부터 무작정 시작해 봤어요. 오늘 출근길에도 쓰는 중인데 부끄럽지만 공유해봅니다 ㅋㅋ



멀티태스킹 금지법


아니 잘 아는 사람들끼리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안돼요 부장님 이제 법적으로도 완전 금지됐다고요. 계도 기간도 두 달이나 지난 걸요? 


그래도 너무 하네… 쩝. 이번 딱 한번만 더 그냥 넘어가 줄 수 없을까? 


이미 저기 CCTV에도 다 찍혀서 신고 안하면 감찰팀에서 저희한테도 경고를 줄거에요. 죄송해요. 


알았어. 알았다고!! 에휴 평생 습관이 된걸 어떻게 바꾸라는 건지.. 


윤부장은 불만을 한껏 표출하며 CCTV를 쏘아보다가 이내 고개를 떨궜다. 


2030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멀티태스킹 금지법은 유럽을 지나 이제 한국에까지 자리잡았다.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들이 범람하면서 급기야는 이것을 금하는 법이 제정된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있도록 멀티태스킹 현장을 고발하는 사람에겐 포상금이 주어졌고 멀티태스킹 금지법을 어긴 사람은 한달 월급에 준하는 벌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 법이 선포된 후 멀티태스킹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적어도 비교적 안전한 자신의 집 밖에서는 그래보였다.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똥을 싸며 휴대폰을 몹시 보고 싶어했지만 화장실에 휴대폰을 들고 가는것 자체가 제제를 받았다. 사무실에선 일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고, 밥을 먹는 중에는 유튜브를 보는 것도, 심지어 옆사람과 대화하는 것 조차 금지됐다. 영화관에서는 팝콘과 각종 음식들 판매대가 사라졌고, 런싱머신위에 자리잡은 티비들도 모두 하나 둘 철거되었다. 


처음에는 멀티태스킹의 페혜를 없애려고 시작된 금지법이 이제는 또다른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광화문에서는 멀티태스킹 금지법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고 티비에서는 지식층들이

나와 어디까지 멀티태스킹으로 봐야하는지, 선한 멀티태스킹과 악한 멀티태스킹을 구분해야 한다는 등의 열띈 토론을 이어나갔다. 


또 이즈음부터 불법적으로 멀티태스킹을 눈감아 주는 멀티방들이 음성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연인끼리 자유롭게 놀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멀티방을 찾아다니며 멀티태스킹을 즐겼다. 


야! 뭘 그렇게 열심히 봐? 뭐 재밌는거 떳어? 


아 잠깐만 (영상보던걸 끄고 친구를 바라보며) 이게 요새 대박채널이야. 한일만이라고. 두달 만에 구독자 100만을 넘겼어. 


한일만? 


어 ‘한 번에 한 가지 일만’을 줄인 말이야. 한일만. 요즘같이 멀티태스킹이 금기시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빛이 되는 채널이지. 매일 아침에 3초짜리 영상이 올라오는데 아주 기가막혀. 동기부여 팍팍! 나 유료 멤버십도 가입했잖아! 


아 그정도야? 나도 한 번 봐봐야겠네. 휴.. 난 언제쯤 멀티태스킹 자유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맨날 멀티태스킹 위반 벌금을 내느냐고 통장이 계속 마이너스네. 넌 돈 좀 남아 있어? 


나 그래도 지난 달에 이거 영상보고 실천해서 멀티태스킹 위반 1번 밖에 안 걸렸잖아! 대박이지? 


진짜? 완전 대박이네. 그러다 금방 부자 되는거 아니야? 


아 그럴지도 몰라. 멀티태스킹에서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는 기분이야!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경수의 머리속은 복잡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자기처럼 멀티태스킹위반에 밥먹듯 걸리던 상문이가 저렇게 순식간에 변한걸 보니 자꾸 불안이 차오른다. ‘나만 도태되는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주위를 둘러봐도 다들 멀티태스킹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경수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이어폰을 꼽고 아까 상문이가 말했던 채널을 검색해봤다. 한일만. 


어이 학생! 지금 멀티태스킹 하는거 아냐? 음악들으면서 폰하는거 아니냐고? 


아 아니에요. 다른건 전혀 안했어요. 영상만 봤어요. 정말이에요. 


진짜야? 조심해 지켜보고 있어!! 


아.. 네 멀티태스킹 안한다고요!! 


경수는 괜한 의심을 받기 싫어 서둘러 이어폰을 빼고 폰을 가방에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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