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가 보이지 않을 만큼, 내 세상을 넓힌다는것

by Peter Kim

[롯데월드타워가 보이지 않을 만큼, 내 세상을 넓힌다는 것]

잠실을 지날 때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고개를 들기도 전에 시야를 가득 채우는 롯데월드타워. 가까이 서 있을수록 하늘은 잘게 쪼개지고, 시선은 위로만 끌려 올라간다. 압도적인 크기 앞에서는 괜히 내가 작아진 기분이 든다. 이상하게도 삶의 어떤 순간들은 꼭 이 장면과 닮아 있다.

갑작스러운 이별, 기대만큼 가지 못한 결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 같은 것들.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풍경은 전부 가려진다. 마치 내 삶 한가운데에 거대한 타워가 세워진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보통 그 문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애써보고, 더 분석하고, 어떻게든 부숴보려 한다. 하지만 경험상, 그런 문제들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망치를 들수록 오히려 내가 먼저 지치곤 한다.

나는 다른 선택지를 택해보기로 결심했다. 문제의 크기를 줄이려 애쓰는 대신, 내 세상의 크기를 키워보는 것. 이건 회피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관점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같은 롯데월드타워도 잠실에서는 하늘을 가리지만,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점점 작아진다. 충청도를 지나고, 대전이나 대구쯤 가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다. 타워는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지만,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높이가 문제가 아니라, 거리와 지평이 문제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내 세상을 넓힌다는 건 무엇일까. 세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첫째는 공간이다. 늘 다니던 길, 늘 만나던 사람, 늘 앉던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다. 낯선 동네를 걷거나, 내가 전혀 모르는 삶의 리듬을 가진 사람들 곁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조금만 멀어져 보면, 밤새 붙잡고 있던 고민이 생각보다 작은 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둘째는 생각의 확장이다. 책을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백 년 전 사람도 나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는 사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왔다는 이야기는 내 사고의 경계를 넓혀준다. 시야가 넓어지면 고민은 사라지지 않아도 자리를 옮긴다. 한가운데 있던 바위가, 어느새 운동장 가장자리의 조약돌처럼 느껴진다.

마지막은 시간이다. 지금의 고통을 오늘 하루, 혹은 이번 달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긴 시간 위에 올려두는 연습. 10년 뒤의 내가 지금을 돌아본다면 이 장면은 어디쯤 놓일까. 인생이라는 긴 지도 위에서 보면, 지금의 굴곡은 방향을 틀게 해준 작은 표식일지도 모른다.

결국 삶의 과제는 문제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그 문제를 안고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가 커지는 데 있다. 만약 지금 마주한 문제가 도무지 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애써 망치를 들 필요는 없다. 대신 운동화 끈을 묶자. 조금 더 넓은 쪽으로 걸어가 보자.

세상이 넓어지면, 나를 짓누르던 타워는 언젠가 풍경의 일부가 된다. 혹은 길을 잘 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꽤 쓸모 있는 이정표로 남는다.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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