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이루느냐보다, 어떤 감정을 반복하느냐>
주말 내내 일에 파묻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해치우는 주말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주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Year in Pixels’를 다시 만들면서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1년이 지나고 나면 300개가 넘는 감정이 노션에 통계로 정렬되어 있을 텐데, 그걸 보는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시계 태엽이 감기듯 하루하루가 쌓이면, 마음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오늘도 거창한 결심 대신, 차곡차곡이라는 단어를 하나 얹어두었다.
일의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무료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그 사이사이에 유료 주문이 섞여 있었다. 큰 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방문자 수 그래프가 예전보다 고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이유 없는 숫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는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결국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눈덩이는 어느 날 갑자기 커지는 게 아니라, 이미 저만치 부터 굴러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시간의 많은 부분은 AI(Gemini, AI Studio)와 함께 보냈다. 예전 같으면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라며 밀어두었을 일들이, 이제는 실험해볼 만한 놀이처럼 느껴졌다. 일이 재미있어지니 결과물은 덤으로 따라왔다. 주말 내내 몰입하며 얻은 건 성취감보다도,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구나’라는 조용한 자신감이었다. 이 자신감이야말로 가장 오래가는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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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쪽 기록은 솔직히 점수를 주기 어렵다. 운동은 못 했고, 대신 음식에 조금 더 신경 쓰는 정도였다. 첫째가 햄버거! 햄버거를 외칠 때, 나도 모르게 재료를 한 번 더 들여다보는 나를 발견했다. 대단한 결심은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결국 방향을 만든다는 걸 알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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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정리하며 남은 생각은 단순하다.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감정의 누적이라는 것. 무엇을 이루느냐보다, 어떤 감정을 반복하느냐가 나를 만든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정직하게 우리를 닮아간다. 그래서 오늘의 픽셀 하나도, 꽤 중요하다. #자립일일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