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취소율이 높은 약속

by Peter Kim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상대방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곧 그 사람의 수준을 보여준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것, 쓸데없이 시간을 끌지 않는 것, 남의 하루를 가볍게 다루지 않는 것. 생각해보면 꽤 설득력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준을 남에게만 적용할 게 아니라 나에게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나는 내 시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지?’


누군가와의 약속에는 10분 먼저 가면서, 정작 나와의 약속은 너무 쉽게 미루지 않았나 돌아보게 됩니다. 운동하기로 한 약속, 책 읽기로 한 약속, 글 한 편 써보기로 한 약속. 남이랑 한 약속은 꽤 성실히 지키는데, 이상하게 ‘나랑 한 약속’은 취소율이 높습니다. 마치 내가 나를 가장 만만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처럼요.


생각해보면 내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가장 함부로 다루곤 합니다. 의미 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오늘은 그냥 쉬자”라는 말로 하루를 통째로 포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쉬는 것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그 쉬는 시간이 정말 나를 쉬게 하느냐는 거죠. 대부분은 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버립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기준을 하나 세워봤습니다. “나는 내 시간을 귀한 사람의 시간처럼 대하고 있는가?” 만약 내가 정말 존중하는 사람의 시간을 맡아 관리한다면 지금처럼 쓰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결국 삶의 수준은 거창한 성취보다도 ‘시간을 다루는 태도’에서 드러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시간을 존중하는 사람은 보통 괜찮은 사람이고, 자기 시간을 존중하는 사람은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려 합니다.


“피터, 오늘 당신의 시간을 귀하게 썼습니까?”


이 질문에 너무 민망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면, 그걸로 꽤 괜찮은 하루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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