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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Sep 19. 2018

미래로 부터 온 편지

이 글을 니가 읽고 있을 때에는 니 나이도 서른 중반이 넘었겠구나. 추억해 보면 참 뜨거운 날들이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너는 아마 모를 거야. 니가 품어온 그 작은 생각들과 한 걸음씩 행해온 실천들이 지금의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너는 지금의 나에게 무얼 가장 궁금해할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세상은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변했어. 예전에는 자율주행 자동차만으로도 사람들이 놀랬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버젓이 우리의 이웃이 되어 살아가고 있어. 로봇의 수는 인간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지. 아 참! 그리고 너, 니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살고 있어. 기적적인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누구나 원한다면 120살까지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어. 너 약간 뜨끔하긴 하겠다. 너 맨날 상상했던 미래가 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노후를 위해 돈도 거의 모아두지 않았잖어. 근데 이렇게 오래 살고 있으니 어떻게 살까 궁금하지 않니? 잠시라도 걱정했다면 저리 치우도록 해. 넌 정말 잘 지내고 있어. 돈도 많이 벌었어. 사람들이 인간다운 대화를 하는 것에 돈을 쓰기 시작했거든.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재밌을 수는 있지만 늘 공허함을 동반해서, 정말 나를 이해해주는 진짜 사람과 대화하길 원하는 사람이 줄을 섰어. 그 덕에 니가 세운 회사도 급성장해서 돈도 많이 벌었지. 니 노후는 걱정하지 마. 니가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면서 지내고 있으니까!


가족들 얘기도 해줄까? 니 아내는 어떻게 늙지를 않는다. 여전히 아름다워. 웃을 때 생기는 인디언 보조개도 매력적이고. 작은 식당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잘 돼서 지금은 3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110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기차게 일을 하고 있어. 물론 이제 요리나 서빙은 모두 로봇들이 하고 있지만 말이야. 아들램이는 얼굴만 너를 빼닮은 게 아니더라. 말하는 거랑 생각하는 것도 너랑 쏙 닮았어. 매일매일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사고 뭉치지. 정해진 행복과 일상은 없다고 늘 떠들고 다니면서, 지금은 철학학교를 하나 운영하고 있어. 22세기에 들어섰는데 철학이라니 좀 웃기지? 이제는 철학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어졌는데 말이지... 다들 철학이 밥 먹여 주냐고 얘기했는데, 꿋꿋이 학교를 운영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아. 이제는 칩 하나만 이식해 주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 텔레스 등 쟁쟁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간편하게 머리에 이식해 줄 수가 있는데, 끝까지 거부하며 인간의 머리로만 살아가고 있어. 그런 아날로그의 길을 가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모임의 중심점을 이 철학학교가 하고 있는 셈이지. 어떻게 될진 나도 잘 모르겠다 ㅎㅎ


야! 너 지금 안 그런 척 하지만 걱정 많다는 거 다 알아. 혹시라도 가족들하고 싶은 일들 못해주고, 가난에 허덕이며 살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 많지? 니 선택이 이기심인가 싶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근데 그런 생각하지 마! 그럴 시간에 가족들이랑 하나라도 더 즐거운 일을 해. 아까도 말해줬지만 니 가족들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어. 너한테 의존해 살고 있지도 않고, 각자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삶을 누리며 살고 있지. 지금보다 더 크게 생각하렴. 미래는 니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세상이 될 거야.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걸 쭉 밀고 나가. 결국은 니가 원하는 길로 접어들게 될 거야. 사실 가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길로 빠져들 때도 있긴 해. 그게 뭔지 궁금하겠지만 비밀이야. 그 길에서의 시행착오가 너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거든. 그리고 미리 걱정하지도 마. 니가 그 길에 빠져있을 때 니 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너를 바른 길로 인도해 줬거든. 그러니 그들을 믿고 하고 싶은 일을 해봐! 행운을 빌어 또 다른 나! Be free!


p.s 아! 한 가지만 알려줄게. 너 지금 하는 그 다이어트 성공 못한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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