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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Feb 10. 2019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2019)를 읽었다. 요새 한창 철학 세계에 입문하고 있는 내게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줄스 에반스가『철학을 권하다』에서 주장했듯이, 낡은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아닌, 삶을 바꾸는 생활철학을 주장하는 책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이 책의 저자인 야마구치 슈는 대학교에서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 석사과정을 마친 뒤, 이름만 대도 아는 유명한 광고회사, 컨설팅 회사를 거친 컨설턴트다. 철학과 미술사 전공을 살려, 컨설팅 현장에서 많은 회사들의 문제점을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해결해 나갔다. 그중 일부를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 Peter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할까? 제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과연 철학은 우리의 삶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그에 대한 답으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 4가지를 제시했다.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어젠다를 정한다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철저히 실용적 측면에서 철학을 접근한 이 책은 추상적인 접근보다는 구체적인 적용 포인트를 원하는 오늘날의 시대에 잘 들어맞는다. '철학'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삶의 돌파'에 주안점을 둔 책이라 철학 이외의 심리학 개념도 끌어와 차용했다. 두 가지를 소개해본다.

다시 말해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69p

여러 모임을 운영하면서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사람은 무엇으로 동기부여를 받는가? 또는 어떻게 하면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도록 도울 수 있는가?이다. 크게는 당근과 채찍 이론이 있지만, 여기서는 둘 모두가 효과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보다는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 몇 가지 반론이 생각나긴 하지만, 큰 틀에선 동의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바꿀 순 없다. 그저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뿐이다. 억지로 변화시키려 한다 한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오지 스스로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뿐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상과 처벌이 아닌 환경에 주목한 점은 동의.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공개재판에 참석한 과정을 평론한『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란 부제로 그 내용을 압축한다. 한나 아렌트는 엄청난 악질이라고 생각했던 아이히만이 실제로 보니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확인하고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게 된다. 인용한 이 문장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일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악마와 같은 악인일 거라 생각하지만, 비판적 사고로 시스템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악인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요새는 '사람 프레임'보다는 이런 '상황 프레임'에 관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짧게 두 가지를 소개했지만 이 책은 훨씬 많은 철학 무기를 담고 있다. 철학은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아울러 철학 입문서를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입문서 이후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입문서와는 또 다른 결로서 철학의 실용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정말로 자신이 바뀌고 성장하려면 안이하게 ‘알았다’라고 생각하는 습성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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