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Kim Feb 20. 2019

도움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오늘도 마음만 먹는 당신에게 『시작노트』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페북 타임라인을 내리던 중 시선을 잡아 끄는 글이 있어 스크롤을 멈췄다. <100일 동안 100번 거절당하기>란 제목이었다. 누구나 거절당하는 경험은 싫을 것이다. 거절을 좋아하면 변태 아닌가? 그런데 그걸 100번이나, 그것도 굳이 당해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어쩌면 그래서 눈길을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중국인 블로거 지아 장이라는 인물이었다. 본인의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인지라 도전 과제가 하나같이 누구든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할 수준이었다. 첫 번째 도전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100달러 빌리기’, 두 번째 도전은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공짜로 달라고 하기’였다.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음직한 황당한 요청들이었고 당연히 모두 거절당했다. 이렇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은 세 번째를 맞이하면서 관점의 전환을 맞이했다. 세 번째 도전은 도넛 가게에서 올림픽의 상징, ‘오륜기 모양 도넛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였다. 당연히 거절당할 거라 생각했는데, 요청을 받은 직원은 고민 고민하더니 결국 오륜기 도넛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도 선물로. 이 도전은 유튜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었고 전 세계에서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지아 장은 이로 인해 자신감을 얻었다. 프로젝트 목표도 바뀌었다. 거절당하는 고통에 맞서는 것에서, 과감하게 요청할 용기를 내는 것으로 말이다. 

지아 장의 세 번째 도전 - 올림픽 오륜기 모양 도넛 만들기 요청


이 부분에서 나도 마음이 움직였다.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평소 많은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편이었다. 그걸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싫어서 혼자 해내는 것뿐이었다. 지아 장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하는 부탁(요청)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자신의 부탁이 거절당한다고 자신이 거절당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부탁하는 것과 부탁하는 자신을 동일시하면, 부탁을 거절당했을 때 자기 자신이 거절당한 느낌을 받고 상처를 입게 된다. 그것을 구분해야만 과감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인이 12살 때 겪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었으나 필요한 부품이 없던 그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휴렛팩커드 HP 공동 창업자 전화번호를 찾아내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뻔뻔한 요청을 한다.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은데, 혹시 남는 부품이 있으시면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그 CEO는 기꺼이 부품을 보내주었고 그해 여름, 주파수 계수기를 조립하는 생산 라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 일을 계기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구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신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실패의 가능성은 있지만 도움을 받고 싶다면 반드시 요청하라던 말을 덧붙였다. 

고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 영상


어린 스티브 잡스가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있었다면 어린 나는 사춘기를 꽤 심하게 앓고 있었다. 그맘때 아이들이 그러하듯 나도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열등감에 똘똘 뭉쳐 살았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거의 못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말을 섞어도 될 만한 존재일까를 늘 고민하며 마음과 입을 닫고 지냈다. 그게 이어져서인지, 사춘기가 끝나고 자존감도 어느 정도 회복되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후에도 무언가를 부탁하지는 못했다. 어렵고 황당한 게 아니라 식당에서 반찬 좀 더 달라는 것과 같이 사소한 부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들을 통해서 조금씩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단번에 되진 않았다. 두 번, 세 번 계속 망설여졌다. 예전 같으면 ‘뭘 만나! 그냥 이렇게 살지.’라고 생각했을 텐데 눈 딱 감고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의외로 흔쾌히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유명한 기업의 마케팅 팀장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 눌 수 있었고, 미디어 업계의 인플루언서와도 술 한잔 기울일 수 있었다. 브런치에서 글로만 만나고 댓글로 가끔 소통하던 브런치 북 콘테스트 금상 작가님과도 만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 인연이라는 게 놀랍게도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이 작가님의 소개로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와 독서토론’이라는 주제로 8주 동안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다짜고짜 메일을 보낼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가질 수도 없었던 기회였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덕분에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만남은 만남을 낳고, 그렇게 만들어진 만남은 기회를 불러들였다. 


고무적인 것은 요청하는 용기를 내기까지 나를 방해하고 주저하게 만들던 높은 벽이 요청이 거듭될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청하는 용기마저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 이면에는 요청을 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준다는 이유도 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승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승낙이다.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지아 장의 《거절당하기 연습》 중에서 


지금까지 나를 도전하지 못하게 했던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나였다. 스스로의 포기와 제약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있었다. ‘난 아마 안 될 거야...’ ‘내가 뭐라고...’ ‘해봤자 망신만 당할 거야.’ 이런 생각이 끝내 내발목을 붙들게 둘 수도 있다. 굳이 얼굴이 화끈해지는 경험을 자초하지 않고 마음 편히 가던 길로만 쭉 걸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좌절하고 주저하며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내일도 하며 살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당신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시간. 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드립니다.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은 『시작노트』 매거진을 구독해보세요. (๑˃̵ᴗ˂̵)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평생 65,700시간 동안 TV를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