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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Mar 06. 2019

늘 바빠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 어려워요!

오늘도 마음만 먹는 당신에게 『시작노트』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변치 않고 관심을 가질만한 게 무엇 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은 같다. ‘돈’과 ‘시간’이다. 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지만, 다행히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 덕분에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삶의 방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 관리에도 관심이 많다. 바로 내 얘기다.


시간 관리는 어쩐지 모든 게 꼼꼼하고 철저하고 계획적인 사람 만이 가능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산증인이 바로 여기 있다. 고등학생 때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검사를 했을 땐 즉흥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성향이 높게 나왔었다. 그 후 군대에서 2년간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할 일 리스트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습관을 들였더니(사실 군대에서 우선순위까지 정해가며 할 일이 그리 많진 않지만 그냥 꽃혀 있었다) 전역 후 MBTI 검사 결과에서 즉흥적인 성향보다 계획적인 성향이 높게 나타나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군대에서 매일 계획을 세우고 일처리를 했던 2년간 경험이 성격 유형 자체를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아마 눈치챘겠지만,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 읽기가 사람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래서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데, 그럴 때마다 공통적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책 읽는 거 정말 중요하죠. 저도 충분히 알고요. 근데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과연 바빠서 할 수 없는 게 책 읽기 뿐일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습관처럼 꺼낸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본인이 바쁘다는 것에 안정감을 두고 사는 건 아닌 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바쁘지 않은 사람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고 있으니까.


늘 방대한 양의 과제와 시험공부에 파묻혀 지내던 대학시절은 평범한 이해 수준과 암기 수준을 가진 내 머리로는 따라가기 버거운 시간이었다. 남들을 따라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잠을 줄이기만 하면 피로가 누적될 테니 잠을 줄이되 짧게나마 자는 시간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욕심도 크다). 하루에 4시간을 자면서 대학 생활을 했다. 자는 동안 소화에 에너지를 쏟지 않기 위해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텼다. 말 그대로 생활 자체가 버티는 삶이었다. 수업을 듣고 돌아오자마자 그날의 과제를 끝내면 그때부터 이해 안되는 공부를 따로 한 뒤늦은 시간에 잠들었다.


돌이켜보면 그다지 뛰어난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그냥 대학 생활에, 과제에, 공부에 하루 4시간을 자야만 할 정도로 바쁘다는 것에 마음의 안정감을 두고 살았다는 것을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 깨달았다.


어느 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하루를 시간별로 기록해보라는 글을 읽었다. 처음에는 그저 궁금한 마음에 내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데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기록을했다. 잡담이나 커피 마시는 일등등 자잘한 일까지 포함하니 워낙 많은 걸 하고 있어 기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틀을 이렇게 꼬박 기록하고 나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자투리 시간이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투리 시간이 버려지는 것도 아까운데 스마트폰이나 TV에 허비하는 시간도 지나치게 많았다. 늘 바쁘다면서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이런 것으로 채우고 있었다. (앞의 연재 글에서) 말했듯 TV 보는 시간만큼 다른 일에 시간을 쏟는다면 우리는 6가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멋진 인생 2막을 위해 나에게 맞는 시간관리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군대에서부터 해온 프랭클린 플래너는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봤다는 다른 유명한 방법들도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GTD(Getting Thing Done)다. GTD는 일의 우선순위나 중요도와는 관계없이 닥치는 대로 처리하는 방식인데 시작하자마자 나랑은 안 맞는단 걸 깨닫고 금세 포기했다. 그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시간관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할 일 리스트(To Do List) 작성하기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할 일을 쭉 작성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꽤 오래갔지만, 결국 포기했다. 이유는 끝나지 않는 할 일 리스트 때문이었다. 아마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을 끝내고 리스트에서 지우는 속도보다 새로운 할 일이 추가 되는 속도가 단연 빠르다. 그렇게 되면 할 일 리스트를 오래 관리할수록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나 중엔 늘 할 일로 가득 찬 리스트를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결국 이 방식도 실패했다.


현재 정착한 방식은 캘린더 시간 관리다. 할 일 리스트와 비교 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예전에는 업무 보고서 작성하기라는 일이 주어지면 일단 리스트에 추가하고 시간이 될 때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반면 지금은 바로 구글 캘린더 같은 캘린더 앱에 요일과 시간을 지정해, 보고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만큼 일정을 예약하는 것이다. 이미 익숙한 업무라면 이 업무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을 지정해 두면 돼고, 처음 하는 업무라면 일단 예상치로 시간을 예약해두고 이후 수정하면 된다.


To do list 형 시간관리
캘린더형 시간관리

캘린더로 일정관리방식을 바꾸면서 좋아진 점이 있다면 더이상 남아 있는 할 일 리스트를 보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할 일 리스트 방식으로 일정을 관리할 때 가장 불편했던 부분인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면 이미 해야 할 일로 시간이 부족한 걸 모르고 계속해서 약속이나 회의를 잡게 되고 자연히 몇몇 일들은 처리할 시간이 부족해 포기하게 되거나 다음으로 미루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반면 캘린더를 사용하면 기존에 잡힌 약속이나 일정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새로운 일정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 가늠 하기가 상대적으로 손쉽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이 방식으로 시간과 할 일들을 관리하고 있고 나름 효과적으로 굴러가고 있다.


시간관리야말로 ‘시도→실패→다른 방식 시도→실패→또 다른 방식 시도’를 거듭한 과정이었다. 아마 또 진화될 것이다. 지금도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게 관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무작정 확장하고 있는 나의 뱃살처럼. 하지만 끊임없이 제한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시도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당신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시간. 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드립니다.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은 『시작노트』 매거진을 구독해보세요. (๑˃̵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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