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항상 어렵다. 주변 광고를 보면 나도 금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족할 만큼 늘지가 않는다. 딱히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나 역시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써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중 아이디어 하나가 생겨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와 영어를 접목해보는 것이다. 결과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영어가 조금은 친밀해지든지, 아니면 책을 안 읽게 되든지.
늘 그렇듯 시작은 작게. 하루 15분 동안만 원서를 읽기로 했다. 처음으로 선택한 책은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The Last Lecture》를 골라 들었다. 절반쯤 읽고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마지막 장을 덮어보겠다며 다시 펼쳐 들었다. 이 책은 췌장암에 걸린 랜디 포시라는 교수가 자신의 세 자녀들을 위해 마지막 강의를 하는 과정을 쓴 책으로, 누구든 뭉클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영어 실력이 짧아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눈물 꽤나 흘릴 뻔했다.
《The Last Lecture》를 모두 읽고 다음으로 읽은 책은 《Failed it》이다. 이 책은 두바이로 출장 갔을 때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의욕을 가지고 산책인데, 반년이 지나도록 한 페이지도 펴보지 않은 새책이었다. 이 책의 장점은 일단 글씨가 적고, 사진이 많다. 그리고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나를 기다 리고 있었다. 읽는 순간 머리가 상쾌해지는 그런 문장들이. 그렇게 만난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이문장이다.
Your mistakes could change the world. 당신의 실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나의 완벽주의다.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또는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더 안전하게, 더 완벽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이 책의 저자 에릭케셀스는 용기를 준다. 너의 실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한번 시작해봐. 만약 당신도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무언가를 시작하기 어렵다면, 이 문장을 외워보자. My mistakes could change the world.
어차피 아무리 날고 기려고 애를 써도 우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게 몇 번이 될지, 얼마나 걸릴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뿐이다. 무언가를 시작하다 보면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와 실수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해내는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
이 말은 페이스북 본사에 걸려 있는 글귀로 유명해진 말이다. 무엇을 하든 항상 이 말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다. 어쩌면 실패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억지로 찍어 누르려고 애쓰는 중일지도... 어떻게 하든 우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누구보다 빨리 실패하는 데 익숙해지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패하게 된다면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듯 실패란 녀석을 맞이한 뒤 조용히 한마디 해주는 거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드음으는 부드 으즈므르...(다음에는 부디 오지 마라...)!”
오랜만에 공휴일을 맞아 하루 쉬게 되어 아이와 놀이터에 나갔다. 아들램은 이제 막 30개월에 접어들었다. 예전엔 미끄럼틀을 탈 때 위태위태해서 중간에 잡아주고 밀어주고 행여나 다칠까 싶어 노심초사했는데 오늘 노는 걸 보니 그사이 많이 컸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혼자 계단을 올라가고 용감하게 미끄럼틀도 내려온다(잡아주면 싫어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서툴러서 혼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다 마지막에 와서 일어서지 못하고 벌렁 넘어지곤 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다시 계단을 올라가 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길 반복했다. 그렇게 몇 번 넘어지더니 어느 순간 넘어지지 않고 잽싸게 일어나며 소리치며 기뻐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을 감사하게도 동영상으로까지 남길 수 있었다. 이후로 놀이터의 모든 미끄럼틀을 정복하고도 절대 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간신히 어르고 달래 데리고 들어올 수 있었다.
위 영상은 넘어지는 영상, 아래 영상은 드디어 혼자 일어서는 영상!
아이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일어나는 것을 배우듯, 우리도 넘어지면서 삶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너무 넘어지다 보면 그냥 일어나기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수없이 넘어져 포기했던 그 바로 다음이 성공할 차례였을지. 그래도 포기하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 아버지와 아들을 소개해 주고 싶다. 전 세계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인스타그램 스타, arat. gym에서 이 부자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이들을 처음 본 것은 한 영상에서였다. 아직 다섯 살도 채 되지 않은 듯한 어린아이가 제자리에서 점프해 앞에 놓인 의자 위에 서려고 한다. 얼마나 많이실패했는지 모른다. 의자를 넘어뜨리기도 하고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 실망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래도 이 아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집중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말은 아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수한 시도 끝에 의자 위에 가까스로 올라 선 이 아이의 환호하는 표정을 보았다면 누구든 같이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작은 일이 훗날 얼마나 큰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뭐 시작해볼 게 없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실수를 저질러 보기 위해.
Your mistakes could change the world.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당신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시간. 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드립니다.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은 『시작노트』매거진을 구독해보세요. (๑˃̵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