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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Mar 27. 2019

매일 글을 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오늘도 마음만 먹는 당신에게 『시작노트』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12년 5월 23일 네이버 블로그에서였다. 지금은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로 이동하면서 예전 네이버 블로그 글들은 비공개로 전환시켰다. 다시 읽어봐도 낯부끄러운 글이 대부분인지라 앞으로도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아니,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보자. 나는 왜 아직도 글을 쓰는가? 이 질문엔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다. 


첫 번째, 글쓰기는 내게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겉으로 스트레스를 잘 표출하지 않는 나에게 글쓰기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던 대나무 숲과 같았다. 살아가면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 글을 한 편 한 편 쓰면서 견딜 수 있었다. 

두 번째, 글쓰기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다. 꼭 일기가 아니더라도 내 머릿속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내 스스로가 보이곤 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말하는 중에 스스로 답을 찾는 것과 같았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싫어하는 건 무엇이고,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알아 갈 수 있었다. 지금도 나란 사람을 발견해가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첫 책인 『시작노트』를 쓸 수 있는 기회도, 많은 모임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계기도 바로 글쓰기였다. 그러다 문득 이 좋은걸 많은 사람이 같이 누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15분 독서 모임>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글쓰기의 재미도 같이 알아갈 순 없을까? 


처음이 어렵다고 이미 모임을 만들어 본 경험을 살려 곧장 2개의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하나는 30일 동안 매일 글쓰기 모임, 다른 하나는 100일 동안 1주 1회 글쓰기 모임이었다.(지금은 50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사실 나도 몇 년째 글을 쓰고 있지만 여태껏 30일 동안 매일 글을 써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같이 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어 모임을 오픈했다. 사실 내심 바라기는 매일 글쓰기 모임은 아무도 신청 안 해서 없어지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10명의 지원자가 신청을 하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엎질러진 물이니 30일 동안은 꼼짝없이 매일 글을 써야만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모임에는 글 자체를 처음 써보는 분도 계셨는데 오히려 블로그도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회사에서 오래 알고 지낸 한 차장님도 참여하셨는데, 그분의 글을 보면서 그동안 알고 지낸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진심 어린 글쓰기는 자신이 드러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읽기도 그렇지만 글쓰기도 습관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게 힘이 들면서도 오늘은 뭘 쓰지 생각하며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괜스레 버스에서 옆 사람들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지나가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세밀하게 관찰해보기도 하고. 그러다 어떤 사건이라도 하나 있을라치면 그게 그렇게 반가웠다. 오늘의 글감은 하나 확보했으니 말이다. 


이 모임을 진행하며 생각지도 못한 수확도 하나 있었다. 점점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 맞춤 콘텐츠 추천으로 내가 보고 싶은 글만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편향적으로 글을 읽게 되는 경향은 커졌다. 그러나 이 모임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고 공유해 준 덕분에 평소라면 잘 읽지 않았던 분야의 글도 골고루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글을 보면서, 예상 못한 생각의 확장과 즐거움 또한 경험할 수 있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하기보단, 한 번은 귀를 기울여볼 수 있겠다는, 듣는 태도에 변화도 생겼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매일 글쓰기 모임은 엊그제 끝이 났다. 놀랍게도 멤버 중 반 이상이 30일 동안 매일 글쓰기에 성공했고, 제일 적게 쓴 멤버도 15개, 이틀에 한 번꼴로 글을 썼다. 나 역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에 기운을 얻어 처음으로 매일 글쓰기를 성공할 수 있었다. 매일 글을 쓰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한 편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출퇴근길 꿀잠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하는 것은 매일 쓰는 글의 퀄리티다. 이 도전의 목적은 대단한 글을 써보자는 것이 아니라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글 한 편을 쓰는데 2~3시간을 들여야 한다면 어떻게 매일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 약간의 퀄리티를 포기하면서 눈높이를 낮추면 생각보다 금세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다. 문득 우리네 삶도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눈높이를 낮추면 삶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지금 상황과 자신이 꿈꾸던 행복한 삶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거리를 재며 괴로워한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현재 삶을 희생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을 내일로 미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곳에 도달하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실체 없이 매스미디어에서 형상화한 행복이니 도달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결국 행복이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자족의 삶이 아닐까. 지금보다 연봉 천만 원을 더 받고, 더 넓은 집과 좋은 차를 갖게 된다면 우리는 조금은 더 행복해지게 될까? 행복이 소유에 있다면 우리는 결코 죽을 때까지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다소 진부해진 말이지만)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수필에서 사용했던 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대중매체와 SNS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행복이란 기준에서 벗어나 눈높이를 낮춘다면 우리의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매일 글을 쓰며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슬그머니 내려놓은 것처럼, 삶에서도 행복의 부담감을 슬그머니 내려놓으면 어떨까?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냐는 물음이 들리는 것 같다. 나에겐 그 방법이 글쓰기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글을 쓰며 점진적으로 나 자신을 발견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소확행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 나처럼 또 다른 누군가도 글쓰기를 통해 소확행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작은 바람을 담아 처음엔 아예 없어져 버렸으면 하고 바라던 30일 매일 글쓰기를 어느덧 끝내고 2기까지 모집했다. 글은 쓰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분, 거창한 글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 들을 글로 남기고 싶은 분, 또 다른 누군가와 교류를 하며 시야를 넓히고 싶은 분 누구든 이곳에 들러 함께 하길.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당신의 삶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시간. 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용기를 드립니다. 삶에 변화가 필요하신 분은 『시작노트』 매거진을 구독해보세요. (๑˃̵ᴗ˂̵)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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