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독서일기 #일할수없는여자들
최성은 님이 쓰신 『일할 수 없는 여자들』을 읽었다. 이 책은 북저널리즘에서 나온 책이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책으로 접한 건 이번이 처음.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여성들이 (이 책에선 특히나 고학력자 여성들의 경우를 다뤘다) 일에서 얼마나 구조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런 차별 속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 그것도 잘 해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과로사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어떻게든 직장에 다니며 고위직에 오른 여성에게는 여지없이 '욕심이 많다'거나 '독하다'는 수식어가 따라온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했다. 이 책을 읽은 날 저녁에 지인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스여일삶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김지영 님의 강연이었는데, '대한민국 여성들의 일과 삶'이란 주제의 강연이라 이 책의 내용에 깊이를 더했다. 강연도 뛰어났지만, Q&A때 오신 분 중 한 분의 이야기가 귓가에 계속 남았다. 한국사회에서 육아를 하려면 여성 하나는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말. (엄마 or 친할머니 or 외 할머니 or 아줌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느끼지 못한다고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누렸던 혜택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책을 읽고, 강연도 다 듣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그럼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왔다. 어떤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인 경우,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그 구조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내 앞에 놓인 작은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사회는 변해 왔으니까.
결혼과 출산, 자녀 양육이 여성의 성장을 막는 사회 구조를 해소하는 일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며 오늘도 내가 깨닫지 못하고 당연시 누렸던 혜택을 들여다본다.